중국기업의 고정된 마진

Low oil demand growth is usually a negative for refiners and, under the lower-growth scenario, we would expect that refiner's margins would not improve from current levels and might even decline. The exception would be China. Refiner's margins are set on a cost-plus basis and include a reasonable margin, and lower crude prices would reduce the threat of a margin squeeze if the result was that oil stayed below the US$80/bbl trigger point. In addition, even if we assumed that oil demand growth slowed, we would probably still have positive growth in demand in China.

오늘 RBS에서 나온 아시아 지역 정유업종에 대한 보고서 중 한 구절이다. 경기에 대한 어두운 전망 탓에 석유 정제 마진이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는 중국의 정유회사인 시노펙에 대한 투자를 추천하고 있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산업 전체적으로 마진 압박이 우려되는데 그 업종에 속한 기업을 사라니! 

위의 문장을 읽어보면 더욱 놀랍다. 국제 가격에 의해서 정제 마진이 결정되는 다른 정유사와 달리 시노펙은 원가에 일정 마진을 붙이는 것으로 판가가 결정된다고 한다. 오히려, 유가가 약세로 가면 전체 판가가 내려가 이 마진에 대한 압박이 덜해 시노펙의 이익 가시성은 더 높아진다는 내용이다. 국제 가격에 관계없이 마진이 고정돼있다니! 

 "고정된 마진"이라는 단어는 중국 기업을 볼 때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다. 중국기업에 대해서 그다지 폭넓은 경험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소비재, 산업재 구분을 떠나 지금까지 접해본 거의 모든 중국의 기업들이 고정된 마진을 향유하고 있었다. 원가에 일정 마진을 붙여 판매하고... 그 뿐이다. 

시장내 경쟁으로 인해 마진을 깎아줘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지 않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무슨 질문인지 뜻을 잘모르겠다는 얘기다. 처음에는 기가찼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사람들.. 운동화를 파는 사람도 기계를 파는 사람도 시장 경쟁으로 인한 마진 압박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다보면, "내가 물건을 공급해주는 것만도 어딘데 가격을 깎자고 덤비겠나. 그랬다간 거래관계 끝이다."라는 식으로 답변이 돌아온다. 거의 모든 내수 업종에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공급부족 상태가 만성화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가격경쟁이 그들에게는 낯선 개념인 것이다.

심지어 지역별로 계층화된 유통구조를 가진 업종에서는 '반품'의 개념조차도 없다. 오더를 받고 난 이후에 생산하고, 생산한 제품은 판매한 뒤 반품이 없으니, 생산과정 전반에서 재고 부담이 없는 환상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애시당초에 부도날 가능성 자체가 별로 없다. 

 중국 은행이 민간 기업에 사업자금을 대출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이다. 중국 로컬 은행들은 지방정부-공기업과 긴밀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사기업이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중국에는 끝도 없이 흘러들어오는 막대한 해외로부터의 투자자금 FDI가 있다. 해외투자자들의 직접투자자금은 중국에서는 일종의 앤젤 캐피탈 역할을 해주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고정된 마진에 재고부담도 없는 그야말로 '노나는 장사'이기 때문에 투자하는 사람도 투자받는 사람도 모두 편안해진다. 해외로부터의 자금유입을 바탕으로 민간기업은 싼 조달비용으로 대규모 생산설비를 구성하고 공급부족 상황을 즐기면서 손쉽게 돈을 번다. 

여기까지가 내가 파악한 중국 민간 기업 성공신화에 대한 스토리의 일부이다. 구조가 심플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참 좋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적어본 중국 기업의 사업구조는 (1)수요확장, (2)공급부족, (3)FDI유입이라는 3가지 토대 위에서 작동한다. 이 중에 한 가지가 빠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중국 내수 확장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적게는 20% 많게는 5~60%씩 연간 성장률을 아무렇지도 않게 프로젝션 하는 걸 보면 수요확장에 대한 가정의 신뢰성에 웬지 씁슬한 기분이 드는 걸 감출 수 없다. 공급부족 역시 향후 수년간 만성화될 것이라 보는 게 웬지 찜찜하다. 상식적인 경제논리상 수요 증가 속도는 점진적으로 체감할 것인데 현재 중국내 산업설비는 지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니 현재의 공급부족 지속을 낙관하기만도 쉽지 않다. 중국으로 투자자금 유입역시 '무한하다'라고 보기 어렵다. 지금이야 중국 투자에 전세계가 목숨을 걸고 있지만, 중국 경제가 혹여나 하드랜딩 한다거나 중국 위안화 절상이 반복된 이후에도 그럴까. 물론, 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투자는 전세계적으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민간 기업에게 '앤젤'일 수 있을까. 돈은 수익 앞에 냉정하고 상황이 바뀌면 돈의 태도도 돌변한다. 

 중국 공기업이 훨씬 더 무지막지하긴 하지만, 중국 민간 기업들 중 상당수는 우리나라 사람 관점에서 보면 돈을 너무 쉽게 벌고 있다. 쉽게 큰 돈을 버는 젊은 사업가들을 보면서 한없이 부럽기도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우려감도 커진다. 모든 예외적인 상황이란 그것의 지속시간이 길지 않게 때문에 '예외적'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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