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애플레코드에 관한 일화

간밤에 애플이 애플레코드가 소유하고 있는 음원 - 비틀즈의 노래들을 유통한다고 발표했다.

잡스는 일부러 프리젠테이션을 해 감격스러워 했고,

대부분은 그게 뭐 이벤트까지 할 일이냐고
애플의 자기 과잉에 들어갔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30년간 지속된 애플과 애플레코드 간의 상표권 분쟁을 아는 사람이면 잡스의 감격스러움, 이번 이벤트의 의미 등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단박에 상황을 이해할수 있는 일화가 있다.

비틀즈 음악의 저작권을 가진 애플레코드는 애플보다 훨씬 먼저 설립됐다. 애플이 유명해지자 자연히 상표권 분쟁이 생겼고
지루힌 재판끝에 애플이 음악관련 비즈니스에 자사 상표를 사용하지 않는 걸로 결론이 났다.

근데 음악관련 비즈니스에 대한 해석이 너무 광범위했다.

애플이 91년에 새로운 os를 선보이면서 컴퓨터 효과음을 다양화했다.
우리가 익숙한 컴퓨터 부팅시 효과음을 애플이 chime이라고 명명했는데
이 이름이 "음악적"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Let it beep"이라는 파일명도 렛잇비라는 비틀즈의 명곡과 겹친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열받은 개발자는 파일이름을 sosumi로 고쳐서 신청했다.
"so sue me(날 고소해라)"라는 말이었다.
물론 개발자는 그런 뜻이 아니라 일본어 단어라고 우겼고
지금도 맥 오에스에는 소슈미라는 효과음이 있다.

애플 홈페이지의 소스코드를 보면,
저작권 관련 코드를 sosumi라는 아이디로 랩핑(wrapping)해놨다.
이십년간 이 조크를 계속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 배경하에서 보면,
애플의 비틀즈 음원 유통은 삼십년간 진행된 올드미디어 대 뉴메디어의 충돌이
뉴미디어로의 완전한 이행으로 결론이 나게 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또, 잡스 개인에게는 한 인생에 걸쳐 자신이 해온 일이 어떤 분기점을 돌았다는 느낌이었을거고 벅찬 감격을 느꼈을 것이다.

돈 버는 비즈니스.. 고소가 오가는 황량한 세계에
저런 유머를 던지고 냉소를 던질 정도로 여유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이었으면 비즈니스 갖고 장난치냐고 sosumi에 대한 결재판을 집어던졌을 것이다.
물론 조직 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이런 여유가 있어야 한다.

내 인생에도 잡스가 비틀즈 유통을 발표할 때처럼 인생의 "마일스톤"을 세우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 진짜 부럽다.

더군다나 예비군 훈련장에서 아이폰으로 이걸 쓰고 있으니...더욱 새삼스럽지 않은가..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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