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날아온 하트를 보니, 어린 시절 읽었던 <모모>의 '시간도둑'이 생각난다.

<모모>는 독일의 아동문학 작가 미하엘 엔데가 쓴 판타지 아동소설이다. 초등학교때 추천도서 목록에 있어서 여름방학 독후감 숙제로 두번인가 써먹었던 기억이 난다. 

자세한 플롯은 기억이 안나긴 하지만, <모모>는 시간도둑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마을에 회색빛 양복을 입은 무리가 나타나 사람들에게 시간을 저축할 수 있다고 속여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아 간다. 이들은 인간의 시간을 빼앗아 살아가는 악마들. 

이 늦은 시간에도 계속해서 카톡을 통해 날아오는 하트를 보면서, 25년전 읽은 시간도둑이 생각난다. 게임점수를 겨루고 친구끼리 랭킹을 확인하면서 무슨 '소셜네트웍'이 생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지하철, 집, 회사 거의 모든 곳에서 동물캐릭터를 터트리며 시간을 보낸다. 아마, 애니팡의 유행 이후 사람들의 하루는 예전보다 더 빨리 지나갔을 것이다. <모모>에서도 그렇다. 회색빛 악마들에게 시간을 빼앗인 마을 사람들을 시간을 저축(한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그들의 하루는 정신없이 빨리 지나가 버리고 삶이 바빠지다 보니 사람들끼리의 애정어린 시선이나 사랑이 사라져 버리고 마을 전체가 회색빛으로 변한다. 25년전 동화에서 읽은 시간도둑을 현실에서 마주하게 될 줄이야!

국내 1세대 벤처 갑부들 여럿이 지분 투자한 카카오는 스마트폰 확산 초기 무료 메신저를 런칭해 일약 국내 최대의 모바일 컨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카카오톡 자체는 Whatsapp이라는 해외의 무료 메신저를 베낀 것이다. 카카오스토리는 역시 해외의 모바일 SNS인 Path를 UI디자인까지 그대로 베꼈다. 애니팡이 Bejeweled를 그대로 베꼈다는 건 아래 포스트에 썼고, 이번에 카카오가 '슬라이드'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데 이 마저도 미국의 스냅가이드를 그대로 베꼈다. 

워낙 많은 서비스가 테스트되는 미국이니, 선진 시장의 서비스를 들여오는 것까지 뭐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아주 소소한 UI디자인까지 그대로 베껴오는 것에 대해서는 웬지 씁쓸한 기분이 들 수 밖에 없다.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은 도전과 혁신이고, 그 바탕에는 용기와 창의성이 깔려있다. 스마트폰으로 세상이 뒤바뀐 지난 3년간 이 나라를 지배하게 된 건 해외 서비스를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똑같이 베껴오는 패스트팔로워와 유저를 Monetization하는데에만 관심을 두는 자본의 힘일 뿐이다. 용기, 창의성, 도전, 혁신 따위는 사라지고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아 단기간에 부를 구축하는 이들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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