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격은 왜 올랐고 앞으로 어떻게 될까? : 매매 부진이 전세가격을 올렸다는 착각에 대한 보고서

※일러두기

이 글은 지극히 사적인 의견을 담고 있으며 저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닙니다. 주택시장의 매매부진과 전세가격의 관계에 집중한 글로 주택 임대시장 전반의 현상을 포괄하지 않습니다. 


지난 8월28일에 정부가 발표한 전월세 대책은, 중산층 이하 세대에 주택구매자금을 직접 보조하여, 세입자로 하여금 주택 매입을 유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최근 문제시되고 있는 전세가 상승이 매매시장의 부진에서 기인한다는 상황판단에 기인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상황판단은 비현실적이다. 잘못된 상황판단에 나온 대책인만큼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책과 관계없이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2013년을 고점으로 2014년부터 자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동반하락의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임대비용의 추가 급상승과 매매가의 상승반전을 예상해 정부 정책에 따라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정책당국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 하락과 거래부진에서 기인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을 시계열로 그려보면 "그렇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림1]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전세가격 추이

(2000~2013 / Source : KB R-Easy)



그림1에서 상단 푸른색 선은 매매가격 지수이고, 하단의 초록색 선은 전세가격 지수를 매매가격 지수로 나눈 것이다. 초록색선은 푸른색 선을 뒤집어 놓은 것과 비슷한 모양새를 보인다. 매매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에 매매가 대비 전세가는 내려갔고, 2009년 이후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반대현상이 나타났다. 이 그래프만 보면 "매매를 살려야 전세를 잡는다"라는 결론은 당연하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그거 당연하거 아닌가"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오비이락'의 이야기처럼, 어떤 사건이 동시에 발생했다고 해서, 그 사건이 서로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하는 것은 통계 분석의 아주 흔한 오류인데, 매매가와 전세가를 보는 오류가 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 폭등은 매매가 죽어서 그런거다."라는 비합리적인 주장이 주변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자주 본다. 이런 생각에 반론을 제기하고 납득시키는 것이 쉽지 않아 아래에서 비교적 길게 설명해보려 한다. 



먼저, 시계열을 좀 길게 늘려보겠다. 



[그림2]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추이 

(1986.1. ~ 2013. 7.  / Source : KB R-Easy)



화면에서 좀 떨어져서, 각기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상의 두 선을 살펴보자. 두 선의으 간격이 좁아졌다 넓어졌다 하기는 하지만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사실상 "동행하며 상승해왔다." 두 지수간의 상관계수를 계산해보면 무려 0.9253이 나온다.(전체 변동의 92%가 같은 방향이란 뜻이다.) 상식적으로 집값이 10억에서 12억으로 올랐는데, 집값이 올랐다고 전세가격을 6억에서 5억으로 낮춰주는 집주인 이야길 들어본 적 있는가? 통계적으로 동행하고 있는 두 변수를 왜 우리는 서로 상반된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이쯤에서 "2009년 이후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매매시장의 수요가 전세시장으로 옮겨왔다"라는 말이 생각날 것이다. 하지만 매매시장의 수요가 전세시장으로 '옮겨왔다'라는 말 자체가 교묘한 오류이다.  우리나라에는 대략 650만채의 아파트가 있고, 이 중에 52%가 임대 상태, 즉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는 상태이다. 매매시장의 수요가 전세시장으로 옮겨왔다는 논리는 매매 시장과 전세 시장이 서로 분리돼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 집을 소유하고 있던 K라는 사람이 매매시장이 안좋아져서 자기집을 팔고 전세집을 구한다고 해보자. 그럼 K가 살고 있던 그 집은 어떻게 될까? (1)전세로 살던 다른 사람이 그 집을 사서 주택소유자가 되거나, (2)이미 집을 소유하고 있는 주택소유자가 그 집을 사서 임대로 내놓을 것이다.(거주목적으로 집을 두채 이상 구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1)의 경우라면 전세 수요가 -1이 돼고, (2)의 경우라면 전세공급이 +1이 된다. 결국, 어떤 경우던 K씨가 집을 팔고 전세시장으로 넘어옴으로 인해서 전세시장이 수요초과가 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전세시장과 매매시장은 분리돼 있지 않다. K씨가 자기 집을 팔지 않고 빈집으로 나둔채 전세집을 구하는 말도 안되는 짓을 하지 않는한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넘어온다고 해서 전세가격이 오를 일은 없다. 



수급의 변화로 전세가격이 오르는 경우는 딱 한 가지 뿐이다.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650만 기존 가구 외에, 신규로 새로운 가구가 탄생해서 새로 집을 구하는데 아파트 신규 공급량이 신규 가구수를 따라가지 못해서 집이 부족한 경우다. 그러면 수요 초과가 발생해서 가격이 오를 수 있다. 매매시장에서 전세시장으로 넘어오는 K씨 같은 사람은 수요 증가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주택시장의 수요 균형은 가구수 증가와 주택 공급량 증가율의 차이에 따라 변화하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매매시장 때문에 전세가가 올랐다는 사람들은 또 이렇게 생각한다. "신혼부부가 집을 사면 되는데, 집을 안사고 전세로만 살려고 하니 전세가 오른거지. 신혼부부가 집을 사게 하면 전세를 잡을 수 있어" 한번 프레임이 잘못 잡혀있으면 그 생각을 바꾸기가 참 힘들다. 언제부터 한국의 신혼부부가 그렇게 턱턱 집을 샀다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이 말에는 똑같은 답변이 가능하다. 신규 주택이 공급되었는데 신혼부부가 전세에만 관심이 있어서 신규로 분양된 주택을 안산다고 해보자. 팔지지 않은 집은 어떻게 할까? 미분양이 되더라도 가격이 충분히 하락하면 기존 주택소유주가 임대를 위해 매입을 하던지, 건설사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미분양 주택을 떠안고 임대를 돌릴 것이다. 굳이 신혼부부가 매매시장에 들어가지 않아도 신규 주택공급은 임대 주택 공급을 당연히 증가시킨다. 반대로 신혼부부가 집을 샀다고 해보자. 그러면 그 집을 판 사람은 어떻게 되냐는 것이다. 만약 새로운 주택 공급이 있어서 신혼부부에 헌 집을 판 사람이 새 집을 구입한다면 괜찮겠지만, 주택공급이 부족해 집을 팔고난 뒤에 살 집이 없다면? 노숙을 할 수는 없으니 집을 구해야 하고 전세수요를 +1 시키게 된다. 전세시장의 수요공급 균형은 신혼부부(혹은 신규 가구)가 집을 구입하던 말던 관계없이 신규주택 공급이 가구수를 증가를 초과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2009년 이후 전세가격이 오른 근본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한국 사회에 결혼적령기에 진입한 인구가 2009년 이후부터 증가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주택공급 프로젝트가 취소/지연되어 신규주택공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주택 시장 전반에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 그래서 수요초과로 전세가격이 오른 것이다.



원래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대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집값이 오르면 전세값도 오르는게 정상이다. 그런데 전세가격은 순수하게 주거 목적으로 지불되는 비용인데 반해, 매매가격은 주거목적에 투자목적이 더해진다.



전세가격 = 주거 목적의 비용

매매가격 = 주거 목적의 비용 + 투자기대감 



 주택 거주 수요는 증가하는데 신규 주택 공급이 감소하면 주거 목적에서의 수요초과가 생긴다. 이 압력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에 동시에 작용하고 당연히 둘 다에게 상승압력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만약 주택의 예상 투자수익률이 하락해  투자목적의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한다면,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매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2009년부터 2013년 까지의 한국이다. 실증적인 그래프를 보자. 



[그림3] 결혼건수와 출생아수 추이

(1970년 이후 /  Source : 통계청)

 

   


그림3에서 푸른색 선은 한 해에 발생한 결혼건수의 추이를 보여준다. 1995년 이후 급격하게 결혼건수가 떨어지더니 2003년을 저점으로 결혼 건수가 점진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는 이 시기에 결혼 적령기에 진입한 인구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2009-2013년 사이에 결혼한 사람의 평균 연령은 30세 정도이다(통계청 인구동향조사). 따라서 30년전 출생아수 통계를 당겨 오면 이 시기에 결혼적령기에 진입하는 인구 수를 알 수 있다. 위 그래프에서 빨간색선이 바로 1970년 이후  출생아수 통계를 30년 뒤로 밀어서 그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 근처에,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아이를 출산하면서 출생아수가 증가한 적이 있다. 그 세대가 2010년 전후로 현재 한국의 평균 혼인연령인 30세가 된다. 그림3에서 빨간색 선이 상승할때 파란색 결혼건수도 증가했다. 요즘은 옛날처럼 결혼하면 시댁에서 2년 살아보고 나오는 그런 세대가 아니다. 새로 결혼한 사람은 분가한다. 다시 말해, 신혼 부부의 수는 신규 주택수요 증가량의 대용치가 된다. 신혼부부가 증가한 2010-2013년은 신규 주택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은 어떠했을까?



[그림4] 2008년 이후 수도권 주택건축허가면적 (건설교통부)



주택 공급은 주택건축허가면적 추이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건축허가를 받은뒤 27개월이 지나면 주택이 완공되어 공급이 시작된다. 따라서 건축허가면적 추이를 27개월 뒤로 후행시켜 보면 대략적인 주택 공급을 알 수 있다. 그림4의 노란색 점선이 바로 그 것이다. 그래프 상에서 2010년 6월 이후 주택 공급량이 급속도로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신규 주택프로젝트가 대규모 취소 및 지연됐고 이 여파가 2010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1980년 전후 출생아수가 증가했는데 이때 태어난 세대가 결혼 적령기에 진입함에 따라 신규 주택 수요는 증가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주택 공급량은 감소했다. 당연히 수요초과가 발생했다. 2010년부터 전세가격이 빠르게 올라간 거주 목적의 주택 수요 절대량이 증가했는데 건설사가 일을 못해 주택 공급이 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매시장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매매가격도 올랐어야 하는데, 2007년까지의 투기붐으로 가격의 거품이 끼어있어서 이런 수급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을 뿐이다. 



전세가격, 좀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주택의 임대가격은 장기적으로는 그 나라 경제의 펀더멘탈을 쫓아가고 단기적으로는 주택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쫓아간다. 전세시세 하향안정되었던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아래의 그림5를 보자. 그래프에서 붉은 음영이 칠해진 구간이다. 집값이 급등했던 이 시기에 매매가격과는 반대로 전세가는 하향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이 시기의 가격 변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매매 시장이 활성화되면 전세가격은 안정된다"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 시기 전세가격이 안정된 이유는 근본적으로 초록색 선이 보여주는 공급량의 변화이다. 



[그림5] 전세 하향안정기의 주택 수급 변화

(1990~2015의 장기 주택수급 추이와 가격지수 / Source : 통계청, KB R-easy)


그림5 상단의 초록색 선을 보자. 97년 외환위기 직후 건설사 연쇄부도와 금융위축으로 아파트 건설이 중단됐고 이 여파는 2001년까지의 공급량 감소로 연결된다. 이후 이에 대한 반작용과 부동산 호황기 진입에 따라 2002년부터 2005년사이 엄청난 양의 주택 공급이 이뤄졌다. 하지만, 결혼건수는 1992년부터 진행된 급격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었다. 신규 주택 수요는 감소하는 가운데 공급이 증가하자 주택의공급초과 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전세가가 하락했다. 같은 시기에 매매가 상승률도 영향을 받았지만 전세가만큼은 아니었다. 익히 알다시피, 부동산 투기붐으로 투자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연구소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10% 가까이 하락했다. 동일 시기에 아파트 가격은 본격적 상승을 시작했으니 매매시장이 활성화되면 전세가는 안정된다는 신화가 생길만도 하다. 하지만 재차 강조하지만 이런 변화의 기저에는 공급량 증가가 있었다. 



사실, 2000년대 초반 공급량 증가에 따른 전세가격 하향 안정화 덕분에, 한국은 2000년대 중국의 성장을 공유하며 호황기를 보냈지만 사회 전반의 주거비는 안정되는 '운좋은' 시기를 보냈다. 전세라는 독특한 임대 제도와 주택 공급 확대 덕분에 한국의 무주택자는 2000년대 내내 상대적으로 낮은 주거비의 혜택을 봤다고 할 수 있다.  

 


[그림6] OECD 국가별 가처분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 비교 

(Source : OECD Happiness Index 2013)


OECD가 발표한 '행복지수2013'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볼때 우리나라는 OECD내 34개국 중 주거비 부담이 러시아에 이어서 두번째로 낮다.(그림6, 여기서 주거비라함은 주로 임대비용을 뜻한다.) 가처분소득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6%로 프랑스, 독일, 미국, 캐나다 등은 물론 멕시코, 브라질 보다도 낮다. 공산주의의 영향으로 공공주택 공급이 많은 러시아를 제외한다면, 한국의 소득 대비 주거비용은 사실상 전세계에서 거의 가장 낮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주거비가 낮은 이유는 2000년대 초중반 주택 공급의 증가로 전세가격이 하향안정화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처럼 주택의 임대료가 "집값이 몇%" 식으로 정해졌다면 집값이 상승할때 주거비용도 같이 크게 뛰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세라는 독특한 임대 구조로 인해 주택시장이 버블로 치달아 갈 때에 임대료는 상대적으로 덜 올라갈 수 있었고 주거비를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에서는 균형보다 높은 주택가격과 균형보다 낮은 임대료가 공존하는 묘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2010년 이후 주택 시장은 이러한 "2중의 불균형"이 해소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비정상적으로 올라간 주택가격은 내려오고, 낮게 유지되었던 임대료는 올라오는 것이다. 이 균형 회귀로의 과정이 신규 가구수 증가 및 리먼사태에 따른 주택공급 감소 그리고 저금리와 맞물리면서 가속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위의 전세가격지수가 나와있는 그림5의 하단을 다시 보자. 우리는 전세가격이 2010년부터 급등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주택 초과공급 시대가 마무리된 2006년 이후 8년간 전세가격 상승 트렌드는 거의 비슷했다. 우리가 2010년 이후 전세가격이 급등한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2008년 리먼사태때 전세가격이 일시 하락했다가 재상승하면서 상승폭이 크게 느껴졌고 같은 시기 집값이 하락하면서 전세가 상승이 크게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매매시장이 전세시장을 뒤흔든게 아니다. 중장기적인 수급과 시장의 균형 회복 움직임이었을 뿐이다. 



여기서 중간 결론을 내보자. 



주택 매매시장의 부진이 전세가격을 급등시켰을까? 아니다. 주택 공급의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매매가격과 관계없는 전세가 상승 압력이 있었다. 2006년까지 발생했던 주택초과공급으로 전세가가 눌려있다가 2009년 이후 단숨에 균형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전세가격이 체감적으로 급등한 것이다. 



매매시장을 활성화시키면 전세가격이 안정될까? 아니다. 매매가격이 오르면 전세가격도 오르는게 정상이다. 오로지 신규주택 공급량이 신규 가구수 증가량을 넘어설때에만 전세가격 하향 안정화가 가능하다. 



매매가격의 하락과 거래 부진이 전세가격을 상승시켰다는 것은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해석하는 착각일 뿐이다. 나는 오히려, 전세가가 상승하면서 더 많이 빠졌어야할 매매가격이 억지로 지탱되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버블은 반드시 부채를 기반으로 해서 형성된다. 부동산 버블이 꺼지게 되면 부채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부동산을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다시 균형이 회복된다. 부채는 버블을 만들고 반대로 급격한 버블 붕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2009년 이후 소위 하우스푸어들이 집을 급하게 내다팔면서 가격 조정이 세게 왔어야 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전세가가 올라버리면서 가격 왜곡이 연장되었다. 전세보증금이 2억에서 3억으로 올랐다면 이 차액 1억은 집주인에게 현금으로 간다. 집주인은 올려 받은 보증금 1억으로 부채를 갚아버린다. 집값은 떨어졌지만 집주인의 부채 부담은 오히려 감소하게 된 것이다. 



전세가 상승은 가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지출 항목인 주거비를 직접적으로 상승시킨다는 점에서 무주택자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이런 고통은 이미 2006년부터 시작됐고 2009-2010년들어 본격화되기 시작했으나 전임 이명박 정권은 부동산 가격을 방어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을뿐 사실상 임대 주택 시장의 변화를 방치했다. 강바닥과 건설사 뒷주머니에 쏟아부은 그 막대한 돈을 수도권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돌렸다면 건설경기를 살린다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장기적으로 경제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보금자리 주택 공급같은 정책이 있었지만 잘못된 정책 수행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모든 문제는 방치되면 더 큰 문제로 반드시 확대된다. 현 정권에서 임대시장의 문제가 경제정책 최대의 화두로 대두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를 방치한 이명박 정권에 이어 이번 정부도 잘못된 상황인식 속에서 단기적인 대응을 내놨다. 모든 논리가 잘못되었지만 상황의 심각성만은 고려하였는지 정책 강도는 무척 센 편이다. 1%의 초저금리 모기지를 정부가 직접 제공하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에 호도되어서는 안된다. 나는 정부정책과 관련없이 주택 임대 시장의 급격한 가격 상승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근거는 단순하다. 급격한 전세가격 상승을 불러왔던 주택 시장의 수요 불균형이 2013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간다. 그림3에서 보듯이, 2014년부터 결혼적령기 인구수는 급격하게 감소한다. (1984년 이후 출생아수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동안 바닥을 헤매고 있던 주택 공급량은 이미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림5의 상단 그래프 참조) 공급은 늘고 수요는 감소하는 국면에서 가격은 빠질 수 밖에 없다. 



굳이 수요공급을 언급하지 않도라고 임대시장의 가격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위의 OECD통계에서 우리나라의 주거비가 가처분소득대비 16%에 불과하지만, 최근의 임대시장 변화로 인해 2013년 8월 기준 서울의 주거비는 이미 OECD평균 수준인 소득대비 20%를 돌파했다. 



2013년 8월 서울 전체 아파트의 평균 전세 임대보증금은 2억 6885만원이다. (매일경제 보도) 현재 시점에서 적용받는 전세자금대출 금리 중 가장 싼 금리수준인 3.8%를 적용한다면 2억6885만원의 부담은 월 85만원으로 환산된다. 올해 2/4분기 전국 도시지역 가구 평균 월소득이 400만원 정도 수준인데, 과거 통계치 기준으로 서울지역 가구 월소득이 전국 도시지역 대비 3-7% 정도 높았던걸 감안해 서울 지역 가구 월소득을 420만원으로 잡는다고 해도, 서울지역 월 주거비는 이미 소득의 20%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월 가구 평균 지출이 330만원~340만원 정도(비소비지출 포함)로 추정된다는 걸 생각해보면 서울 지역 기준으로 월소득 420만원대 가구의 가계수지 흑자는 80-90만원 정도로, 월 85만원에 육박하는 주거비를 겨우 감당할 수 있는 수준 밖에 안된다. 현재 한국의 주거비는 OECD 평균 수준에 근접했을 뿐만 아니라, 가계 수지상 감당할 수 있는 최대 금액까지 이미 올라와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더 상승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대응과 관계없이, 

결혼적령기 인구수가 감소하고, 주택공급량이 증가하고, 임대료가 한계치를 넘어선 2014년부터 전월세 가격은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 



혹여 만약 8/28 정책에 영향을 받아 주택을 매입하게 된다면 큰 함정에 빠지게 된다. 주택의 임대료가 하락하게 되면, 그나마 임대료 상승과 정부의 온갖 부동산 부양대책에 의해서 가격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버티던 주택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 이번 8/28 대책은 특히, 중산층 이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나 신혼부부 등 젊고 자산축적이 돼있지 않은 세대의 주택 구매를 유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런 계층/세대야말로 절대 현 시점에서 주택을 구매해서는 안된다. 금리 1%로 70%를 대주던, 손실의 절반을 떠안아주던,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어차피 내가 투자한 금액에서의 손실은 똑같다. 높은 전세값과 정부의 터무니없는 정책에 이끌려 덜컥 집을 샀다가 손실을 보게 되면 자산축적이 돼있지 않은 가계 재정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된다. 



현재 임대료 수준은 세입자에게 분명히 고통스럽다. 어쩔 수 없다. 주택공급이 급증하지 않는 이상 임대료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 어떻게든 아끼고 버텨야 한다. 다행히 임대료의 상승은 2013년이 피크고 내년부터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으니 꾸준히 자산을 축적해 나간다면 주거비 부담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2004-2007년 부동산 투기붐이 한창이던 시절에 주택을 구입한 소유자들은 지금까지 전세가 상승과 정부의 부동산 가격 방어 정책으로 희망을 품고 버티고 있었다. 내년부터 임대료가 안정화되기 시작하면 주택 가격의 본격적 하락이 시작될 수도 있다. 만약,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주택 거래가 조금이라도 더 활성화된다면 주택소유자들에게는 미련없이 투기로 구입한 주택을 팔아버릴 것을 권한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 못빠져나오면 기약이 없다. 



부동산은 국가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산이고, 부동산 정책은 중장기적인 국가의 경제성장을 뒤흔들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그릇된 현실인식 속에서 단기적인 땜빵에 불과한 정책만이 쏟아지는 현실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신뢰할 수 없는 정책에 기대고만 있을 수 없다면, 개개인이 근거없는 낙관에서 벗어나 이성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하는 수밖에 없다. 8/28 대책 발표후 내 주변에서 '집을 사는게 낫겠다'라는 푸념조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혹시 푸념과 한숨 속에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게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길게 블로그를 남겨 보았다.






(수정 : 본문 '2차 베이비붐'의 용어 사용이 적절치 못해 수정하였습니다.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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