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PER

최근 미국에서는 유명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이 고평가돼있다는 경고들을 보내고 있다. 제러미 그랜덤, 세스 클라만, 데이빗 아인혼 같은 가치투자로 장기간 뛰어난 성과를 올린 유명한 투자자들의 입에선 '버블'이라는 단어도 거침없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미국의 FED는 공급과잉 상태의 유동성을 당분간 거둘 생각이 없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쉽사리 하락세로 전환될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금융위기 이후 쉼없이 랠리를 거듭해온 미국 주식시장이 역사적인 관점에서 고평가 영역에 들어가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 주식시장은 어떨까. 2011년 이후 만3년 가까이 좁은 박스권 안에 갖혀 있었던 한국 주식시장은 고평가일까 아니면 저평가 상태일까. 주가의 고평가/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기준은 주가를 기업의 이익과 비교하는 것이다.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시가총액을 기업의 순이익으로 나눠서 계산하는 PER(Price-to-Earning Ratio)를 통해 간편하게 주가와 기업의 이익을 비교한다. 


현재까지 2013년 결산 실적을 발표한 국내 상장기업들의 이익(연결재무제표상 지배주주순이익) 합계치는 73조원 정도이다. 이들 기업들의 시가총액 합산(2014/5/2 기준)이 1,274조원이니, 현재 국내 상장기업들의 합계 PER은 17.4배(=1,274/73)가 된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과 같은 IT제품과 자동차가 대부분인데, IT/자동차는 결국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기 때문에 이 두 기업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합산기준 PER 역시 이들 두 기업의 절대적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삼성전자/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한국시장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4대 기업의 시가총액은 (5월2일 기준) 332조원이며, 이들의 2013년 이익을 합하면 46조원에 달해 1,700여개 국내 상장기업 순이익 합계치의 무려 63%에 해당한다. 단 4개의 기업이 우리나라 상장기업 전체 이익의 2/3를 벌어들였단 말인데.. 결국 이런 집중도 때문에 한국 주식시장의 PER을 단순하게 계산하는 것은 다소나마 현실을 왜곡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 주식시장의 PER은 다음 3가지 종류를 따로따로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앞서 17.4배로 계산한 (1)주식시장 전체의 PER이다. 그 다음은 삼성전자/현대차/기아차/모비스 4개 기업만 따로 발라내어 PER을 계산해봐야 하는데 편의상 이를 (2)삼/현/기/모PER이라 부르겠다. 마지막은 주식시장에서 상위 4개 기업을 빼고 나머지 기업들로 계산한 (3)잔여PER이다. 


5월2일 기준으로 이 3가지 PER을 각각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다. 

(1)주식시장 전체 PER = 시가총액 1,274조원 / 순이익 73조원 = 17.4배

(2)삼/현/기/모 PER = 4개사 합산 시가총액 332조원 / 순이익 46조원 = 7.3배

(3)잔여PER = 나머지 기업들 시가총액 942조원 / 나머지 순이익 28조원 = 33.9배

 

이렇게 계산한 PER로 주식시장의 고평가/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려면 PER의 적정수준을 알아야 한다. 적정 PER을 이론적으로 계산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론적인 계산방법의 실효성은 의문시된지 수십년이 넘었고, 보다 보편적인 방법은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방법이다. 


먼저 과거 PER의 추세를 바탕으로 하는 통시적인 비교를 해보자. 

기업의 이익은 매분기마다 발표되고, 주가는 과거와 미래의 이익을 동시에 반영하기 때문에 과거 PER추이를 살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령, 연초에는 작년 순이익을 기준으로 PER을 계산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지만 연말에는 작년 순이익보다는 올해의 예상 순이익이 훨씬 더 설명력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일정하고 단순한 기준으로 과거 PER 추세를 살펴보기 위해 2014년 5월 2일을 기준점으로, 2005년부터 매년 5월2일의 주식시장 PER을 직전년도 순이익 기준으로 위의 3가지 유형별로 나누어 계산해 보았다. 



매년 5월2일 한국 주식시장의 PER(2005~2014, 전년도 이익합산 기준)

(Source : Dataguide, Kang.DK)


주식시장이 크게 저평가되어 시장 전반에 대단한 투자기회가 있었던 2005년을 제외하고, 매년 5월2일 전년도 이익 기준 한국 주식시장의 PER은 12배-21배 범위를 보였다. 현재 전체 주식시장 PER 17.4배는 과거 범위 대비 다소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한 고평가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현대차그룹 등 한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PER는 현재 2005년의 7배 수준까지 떨어져있다. 이런 차이로 인해, 4대기업을 제외한 잔여PER은 현재 33.9배까지 치솟아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부진하여 PER이 일시적으로 높아졌던 2009년 5월 2일의 잔여PER 23.2배에 비해서도 현격히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현대차그룹 주가는 크게 저평가된 것이고, 반대로 나머지 기업들은 과도하게 고평가된 것일까? 전체 시장의 PER과 잔여PER간의 괴리가 이렇게 까지 커진 것은 2012년 이후부터인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해외 주식시장과 횡적인 비교도 해보자. 

아래 표는 JP모건에서 역시 5월2일 기준으로 작성한 글로벌 주식시장 PER 비교표이다. Historical영역에서 Current 컬럼에 있는 숫자들이 위에서 한국시장의 PER을 계산한것처럼 현재 주가를 전년도 이익으로 나누어 계산한 PER이다. 선진국 주식시장의 PER은 14배에서 17배 사이에 분포해있다. 현재 한국주식시장의 PER 17.4배는 이런 선진국 시장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고, MSCI이머징 마켓의 11.6배와 비교해보면 현격하게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주식시장이 KOSPI기준으로 수년째 일정 범위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보니, 한국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있다는 인식도 있지만, PER만 놓고 보면 한국주식시장은 역사적으로나 세계 주식시장과 비교해서나 다소 고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2년 이후 삼성전자/현대차그룹과 나머지 기업들 간에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지면서 삼성전자/현대차그룹은 2005년 PER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기업들의 주가는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고평가돼있는 것처럼 보인다. 


PER은 주가와 이익으로 계산되는 변수이므로, PER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1)주식시장 과열로 주가가 과도하게 높게 형성돼 있던지 

(2)전년도 이익이 일시적으로 악화되었기 때문에 향후의 이익회복을 시장이 반영하고 있던지 

둘 중의 하나를 의미하게 된다. PER이 낮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가가 비합리적으로 싼 것이던지 아니면 전년도 이익이 과다하게 높은 경우여야 한다. 앞서 표에서 2009년 5월 2일 한국 주식시장의 PER은 21배에 달했는데, 이는 금융위기로 일시적으로 이익이 크게 악화된 2008년 실적 기준이었기 때문에 높은 PER이 정당화될 수 있었다. 


만약 삼성전자/현대차그룹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나머지 1,700여개 기업들의 실적 크게 개선된다면 현재 극단적으로 왜곡된 PER은 정당화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삼성전자/현대차의 주가가 오르고 나머지 기업들의 주가가 좀 빠져야 할 것 같다. 


나는 주식투자가 직업인 사람이니, 주가가 하락하는 일을 바라지 않는다. 긍정적인 상황부터 생각해보자. 기업들의 이익이 앞으로 크게 개선돼서 현재 주가 수준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부터 생각해보자. 삼성/현대를 제외한 기업들의 PER이 33배 넘어 위험한 고평가 상태로 보이긴 하지만, 이들 기업들의 이익이 2013년 28조원에서 2011년에 기록했던 70조원 수준을 향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면 고평가에 따른 위험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이익 개선의 가능성을 가늠해보기 위해서 2013년 각 업종별 순이익을 2009-2011년 평균치와 비교해 보았다. 아래 표는 삼성전자/현대차그룹 3개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기업들의 이익을 업종별로 합산하고 비교한 것이다. 2009-11년 평균치대비 13년도 이익이 크게 악화된 업종 순서대로 표시하였다. 


(Source : Dataguide, Kang.DK)


2013년 이익이 2009~11년대비 가장 크게 줄어든 업종은 에너지/화학/철강 등 소재업종조선/건설 등 산업재 업종, 그리고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업종이다. 이들 소재/산업재/금융 업종의 이익감소가 2010년 70조원에서 2013년 28조원으로 반토막도 넘게 떨어진 국내 기업들의 이익 감소 대부분을 설명한다. 이 업종들의 이익창출능력이 3년전 수준으로 다시 회복된다면 한국 주식시장의 높은 PER은 정당화될 수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들 업종의 과거 화려했던 수준으로의 이익창출능력 회복은 현재 경제상황에서는 불가능해보인다. 이들 업종들은 금융위기 직후 3년간 펼쳐진 중국발 버블의 수혜업종이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급속한 경기 냉각이 시작되자 중국정부는 2009년-2010년 두해동안 원화로 4천조원의 유동성을 직접 주입했다. 미국 양적완화에 버금가는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2011년까지 중국에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투자버블이 발생했고, 중국 고정자산 투자에 직접적 혜택을 받는 우리나라의 중간재업종들(에너지/소재/산업재)은 초호황을 경험했다. 이들 중간재업종들이 과거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다시 버블논란에 휩쌓일 정도로 투자에 열을 올려야 하는데, 이는 다음 두 가지 요인에 의해서 가능성이 낮다. 


첫번째, 중국은 2011년부터 부동산시장의 버블과 과잉투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런 노력은 현재 진행중이다. 버블을 잠재우는 과정에서 다시 버블을 일으키는 행동을 취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급속한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한 완화적 조치는 나올 수 있겠지만, 이를 적극적인 경기부양으로 착각하는 심각한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권력의 세대교체가 완료되고 지방의 과잉투자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때까지 긴축적인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 설사 중국이 예상외로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 다시 투자버블로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중국 간의 교역구조 변화로 우리나라 중간재 업종이 과거와 같은 수혜를 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아래 그래프는 한국, 중국, 일본의 상품수출액 추이를 도시한 것이다.  



위의 그래프에서 점선으로 표시된 선은 전세계 교역량의 추이인데, 한국의 수출(녹색선)은 2007년까지 전세계 교역량의 증가 추세와 비슷하게 증가해왔다. 그러다가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수출은 갑자기 급증하기 시작해 중국의 수출 추이와 거의 비슷한 흐름을 3년간 보였다. 이런 현상은 앞서 말했듯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의 중간재업종들이 중국 투자버블의 수혜를 입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량 유동성 주입이 한국의 호황으로 이어졌고 KOSPI는 사상최고치 2,200pt를 2011년에 돌파했다. 하지만, 중국-한국 수출의 동행관계는 2012년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중국의 수출은 경착륙 우려가 끊이지 않는 2012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한국의 수출은 정체상태에 있다. 이 기간에 한국의 수출 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현대차그룹은 여전히 잘나가고 있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수출 정체는 더더욱 이례적으로 보인다. 중국이 한국에서 수입하던 소재/산업재를 점차 내재화하면서 교역구조가 변화했기 때문이고, 그에 따라 2008-2011년 중국의 블랙홀과 같은 수요로 아시아 지역내에서 극심한 공급부족이 발생했던 정유/화학/철강/조선업의 상황이 2012년이후 만성적인 공급과잉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3년전 버블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고, 설사 또다시 그런 호황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한국의 중간재 산업이 과거와 같은 혜택을 보기 어렵다면, 2013년 28조원에 불과한 국내 잔여기업이이익이 과거 호황기 수준으로 회복된다는 것은 무리한 기대이다. 작년에 대규모 부실상각이 있었던 건설/엔지니어링 업종이나 극심한 침체에서 허덕이고 있는 조선/화학의 이익이 어느 정보 회복되는 것은 가능한 일이겠으나 그런 회복은 과거 영광과는 거리가 있다. 


금융업종도 극복하기 어려운 외생적인 요인으로 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에 빠른 이익 회복을 보이긴 어렵다. 금융업종의 이익이 침체된 것은 저금리과 내수디플레이션 압력 때문인데, 금융업종이 아무리 내적인 구조조정을 열심히 한다해도 불리한 외부 환경을 극복하고 과거 이익을 회복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오르고 대중의 소득이 올라가야 되는데, 글로벌 경제에 고착화된 저금리 기조 속에서 금융업의 상황이 단기간에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


결국 33배가 넘은 잔여기업 PER이 기업이익 개선을 바탕으로 정당화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 같다. 아무래도 삼성전자/현대차그룹을 제외한 기업들의 주가는 그 정도는 짐작하기 어려우나 고평가 상태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삼성전자/현대차그룹의 PER이 7배 수준에 머물러 있는동안 나머지 기업들은 어떻게 고평가 영역까지 주가가 상승할 수 있었을까? 아래 두 그래프를 보자.  

 


미국 연준의 자산과 S&P500 주가지수 추이



미국 주식시장에 버블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미국 주가가 쉴틈없이 아주 오랜기간 상승한 것은 명백하다. 특히 2012년 이후 미국 주가지수는 기업이익 성장없이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위의 그래프는 S&P500지수(붉은색선)와 연준의 자산총액(푸른색선)을 나란히 그린 것이데, 연준의 QE3 시행이 미국 주가 상승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버블 여부를 떠나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전세계적으로 위험 자산의 가격을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까지 상승시켰다는 사실은 아주 명확하다. 


2012년 이후 QE3가 펼쳐질때 아시아에서는 마침 중국을 중심으로 그동안 고성장했던 이머징 국가들의 구조조정이 시작되었다. 이로인해 이머징마켓의 주식시장은 선진국 주식시장이 QE3로 촉발된 유동성 랠리를 즐기는 동안 2012년 이후로 줄곧 침체되었다. 


S&P500 주가지수와 MSCI Emerging Market ETF 주가 추이



위 그래프에 보듯이 2012년 이후 S&P500(푸른색선)이 40% 상승하는 동안 이머징ETF가격(붉은색선)은 지속적으로 억눌려 있었다. 삼성전자/현대차그룹의 PER수준이 2005년 수준까지 낮아진 것은 삼성전자/현대차 주식이 이머징마켓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2012년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을 지속적으로 포트폴리오 내에서 비중축소 시키거나, 헤지펀드들이 이머징마켓에 대한 숏포지션을 구축하면서 삼성전자/현대차그룹에 대해서는 추세적인 외국인 매도가 발생했다. 일시적으로 매수로 역전되거나 외국인 매도세가 국내 매수세에 의해 상쇄된 적도 있었지만, 대체로 외국인들은 삼성, 현대 주식을 내다 팔았고 2012년 이후 이머징 침체에 따른 수급 불균형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주식은 국내에선 삼성전자/현대차그룹이었다. 


반대로, 삼성전자/현대차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1,700여개 기업들의 상대적 수급 상황은 좀더 나았다. 시가총액이 작고 종목수가 많으니 수급상 하락압력이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이 포스트의 맨 처음 도표에서 삼성전자/현대차그룹과 나머지 기업들간의 PER격차가 2012년 이후로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 것을 확인했을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현대의 주가가 이머징마켓 주가를 따라가는 동안 잔여기업들의 주가는 QE3의 유동성 공급에 따라 랠리가 펼쳐진 글로벌 증시의 트렌드를 따라갔던 것이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기업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위험한 수준에서 벗어나려면 1,200조가 넘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연간 85조원 정도의 이익은 창출이 돼야 한다. 이렇게 되면 PER은 15배 정도까지 하락한다. 삼성전자/현대차의 비즈니스가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접어들어 과거와 같은 빠른 이익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기업들의 이익이 2014년에 작년보다 30-40% 정도 증가해줘야 한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이들 기업들의 실적은 대체로 작년보다도 저조했다. 갈길이 바쁜데,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1분기처럼 지속된다면 삼성전자/현대차그룹을 제외한 주식시장의 나머지 영역은 가격부담을 지고갈 수 밖에 없다. 물론, PER이 높다고 해서 주가가 빠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높은 PER은 그 자체로 주가의 방향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력이 없다. 다만, PER이 높은 상황에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그 잠재적인 하락폭이 PER과 관련이 있다. 주가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빠질 수 있지만 저평가 상태의 주식보다는 고평가 상태의 주식이 일반적으로 더 많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연휴 동안 전세계 금융시장은 어디에서나 방향성을 상실한듯 보였다. 주식도, 채권도, 환율도, 커머더티도 모두 좁은 범위 안에서 의미없는 변동만을 반복할 뿐 어떤 흐름을 갖지 못했다. 전통적으로 금융시장의 낮은 변동성과 방향을 상실한듯한 움직임은 이후의 큰 변동을 예비하는 모습이었다. 예단하기 쉽지 않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잠재된 변동성은 누적되어 커져가고 있는듯 하다. 어느 순간 금융시장은 발톱을 드러내고 포효하기 시작할 것이다. PER과 같은 변수들은 중기적인 투자리스크와 연결된 지표이기 때문에 일정 범위를 벗어났을 때에는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정상적인 투자자라면 이런 국면에서는 수익률을 내는 것보다는 리스크를 관리하는데 더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물론...정상적인 투자가 늘 성공적인 투자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생각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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