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골디락스인가, 새로운 버블인가

 이번 포스팅은 제가 친구와 함께 번역해서 이번에 출간이 된, 책 '붐버스톨로지'의 역자서문 내용입니다. 이곳에 쓰고 싶었던 이야기이도 하고, 책 소개도 할겸 책이 출간되자마자 출판사 허락없이 역자서문 내용을 통채로 올려봅니다. 번역을 전문적으로 해본 적도 없고, 짬을 내서 하느라고 번역에 대한 자신은 정말 없지만, 부담없이 읽어볼만한 책으로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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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2011년초 미국에서 출간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케네스 로고프의 “지금은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와 같은 대작들에 비해, 비교적 짧은 내용에 흥미진진한 통계나 비화를 다루지 않은 이 책에 대한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하지만, 2011년 이 책을 우연히 접했을때, 역자에게는 버블에 대한 이 책의 묘사가 다른 어떤 책보다도 매력적이었다. 현학적인 서술과 같은 군더더기가 없으면서 내용에 부족함이 없었고, 새롭지는 않았지만 실용적이었다. 수많은 금융버블에 대한 책들 중에서 이 책만큼 필수적인 내용들을 간단하게 설명해주는 책도 없겠다는 생각에 번역 경험도 없이 용감하게 출판사의 문들 두드렸다. 직접 금융시장에서 거래를 하는 일이 직업인 내가 도움을 받은 책이니 분명 다른 누군가에게도 유용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번역작업이 역자의 나태와 무능력으로 인해 지연되고 또 지연되어 이제 무려 3년만에 책이 나온다. 어쨌든 결과물이 나온다는 사실에 뿌듯하고, 우여곡절 끝에 출판을 허락해주신 부크온 관계자 분께 마음 깊이 감사 드리고 싶다. 


 하지만, 처음 번역을 결심힌 뒤 3년이나 지난 지금 시점에서 과연 이 책의 “유용함”이 여전히 유효할 것인가. 출간이 결정되고 역자 후기를 작성하면서 이 질문은 꽤나 무게감있는 고민으로 다가왔다. 책의 의미가 퇴색된 것은 아니지만, 3년간 세상이 너무나 많이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시대적 유효성을 다시 생각해보는 일은 단순히 책을 번역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직업적인 투자자로서 이 시대를 어떻게 바라 보아야 하는가하는 근본적 질문으로 귀결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의 내용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번역자가 자신이 번역한 책이 의미있다고 말하는 것만큼 신뢰성 낮은 주장이 또 있을까만은, ‘이 시대’에 대한 역자의 생각을 통해 버블에 대한 담론이 담긴 이 책의 유용함을 말해보고자 한다. 



 먼저, 중국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중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에 할애돼있다. 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이 책의 경고는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후 중국 정부는 자국 경제의 급속한 냉각을 막기 위해 우리 돈으로 2천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과감한 부양책 덕분에 중국은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이미 그 이전부터 과열상태였던 경제에 대량의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전국적인 부동산 버블이 발생했다. 지방에 즐비한 유령도시들과 도심지의 급속한 주택가격 상승은 이 책에 나와 있는 무시무시한 풍경 그대로였다. 2011년 여름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촉발된 글로벌 유동성 위축국면에서 중국 부동산 시장은 냉각되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서구사회의 경고처럼 중국 부동산 시장은 버블 붕괴 단계로 치달아 가는 듯 했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은 1년도 채 안되는 짧은 냉각기를 거쳐 재차 상승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차이나 버블’과 그 붕괴의 불가피함을 주장하던 세계 금융시장의 담론을 무색하게 하는 일이었다. ‘모두가 기다리는 위기는 오지 않는다’라는 금융시장의 격언처럼 중국 부동산 시장의 지속적 호황은 중국 경제가 서구 인식보다는 훨씬 더 튼튼한 기초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내재적 건전성 외에 중국 부동산 시장의 호황에는 두 가지 외부적인 개입이 있었다. 첫째, 10년만에 중국 공산당내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체제안정을 위해 중국 정부는 2012년 통화량과 재정지출을 모두 크게 확대했다. 더불어 두번째 요인으로 2012년 가을부터 미국에서 QE3라고 불리는 사상 최대 규모 양적완화가 시작되었다. 고정환율을 채택하고 있는 홍콩을 경유한 무역금융을 통해 미국의 QE3는 직접적으로 중국내 유동성 공급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냈고, 체제안정을 위한 자국내 유동성 확대정책과 맞물리면서 중국은 2012년하반기부터 금융위기 직후와 같은 대량의 유동성확장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2009년의 확장정책이 이후의 버블을 불러일으켰듯이 12년 이후 다시 버블의 형성이 시작된 것이다. 


 2011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중국 부동산 시장이 추세적인 상승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열돼 있다는 이 책의 주장은 어느 정도 타당했고 2011년 하반기 이후 진행된 급속한 부동산 시장 냉각을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정부개입과 국제적인 유동성 완화정책 덕분에 중국 부동산 시장은 이 책의 경고만큼 무시무시한 버블붕괴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앞서 이 책의 경고가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는 아직까지 ‘맞고 틀림’을 이야기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2012년 하반기 이후 중국 부동산 시장은 다시 과열되면서 현재 이 책의 경고가 나오던 상황과 거의 다르지 않은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가을부터 다시 국제 금융시장에서 중국 부동산 버블과 피할 수 없는 붕괴에 대한 경고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2014년들어서는 봄부터 지방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고 대도시에서 대규모 주택단지의 할인공급이 확대되면서 중국 부동산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구체적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민은행 부총재가 직접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고,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유동성 부족도 현실화되고 있으며 지방정부의 부채상환 스케쥴이 도래하면서 중국 경제가 조금씩 삐걱거리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기도 하다. 2013년말까지는 정부의 긴축 때문이라는 핑계도 있었지만 중국 정부가 이미 완화적인 방향으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2011년 하반기 이후 버블 붕괴를 막았던 정부의 개입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번에야 말로 중국 부동산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산업적으로도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중국 부동산 시장의 이슈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거시경제적 변수의 하나다. 이 책에 나와있는 중국의 사례들은 모두 3년전의 것들이지만, 지금 중국의 상황은 이 책에 묘사된 것과 거의 다르지 않다. 중국이 다시 한번 부동산 버블 붕괴의 위험을 피해갈 수 있을지 붐버스톨러지의 프레임웍대로 한번더 생각해보기에 적절한 시점이다. 



 사실 현 시점에서의 버블에 대한 검토는 중국 부동산을 넘어 이제 전세계 금융시장 전반으로 그 시선을 확대해볼 필요가 있다. 아직은 때이른 느낌이긴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회복을 거듭해온 세계 금융시장은 이미 과도한 상승을 경계할만큼의 상황까지 도달해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전세계 모든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많은 통화를 퍼부었다.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통화확장은 최초에는 신뢰를 상실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기파괴적 악순환을 멈추기 위해 시작되었다. 하지만 급박한 위기의 순간을 지나고 난 뒤 통화정책의 목적은 불분명해졌다. 금융시장의 안정화라는 애초의 목적이 달성되고 단 뒤에도 통화정책의 연장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고, 저성장의 늪에 빠진 세계경제를 다시 활성화시키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궁극의 정책으로 탈바꿈되었다. 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인식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까지의 통화정책은 물가와 금융시장을 컨트롤하기 위한 것이었지 경제성장과 고용이라는 실물경제적 요인에 직접 개입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불과 5년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중앙은행장이 나라의 경제성장을 책임질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금융시장의 참여자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의 참여자들까지도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말 한 마디에 귀기울이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금융위기 이후 과감한 통화정책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침몰하는 금융시장을 구원했고, 선진국 경제 전반의 점진적인 디레버리징을 이끌어냈고 결과적으로 금융과 실물 양면에서 안정성을 회복하는데 기여했다. 그러한 성공으로 인해 중앙은행이 ‘성장부양’에도 개입해야 한다는 세상의 기대가 만들어 졌다.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은 너무나도 강력했기에 마치 ‘램프의 요정 지니’와 같은 존재가 돼버린 것이다. 

하지만 통화정책이 지독하게 작동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금융위기 이전까지 통화정책과 가장 직접적안 관계를 갖는다고 생각했던 영역이 이번에는 가장 낮은 영향을 받았다. 바로 물가(inflation)이다. 천문학적인 ‘돈’이 공급됐고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보면 이 정도 통화공급은 반드시 매우 높은 물가상승률로 연결됐어야 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시장이 안정되고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디레버리징이 완료되고 고용이 회복되는 동안에도 물가는 전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었다. 심지어 유렵에서는 여전히 마이너스 물가상승(디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에서는 이런 우려를 상쇄하기 위해 얼마전 공격적인 통화공급 패키지를 발표하였다.  


 확장적 통화정책이 펼쳐졌고 경기도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르지 않는 현상은 두 가지 전혀 상반된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면, 저물가는 확장적 통화정책의 지속을 가능하게 한다.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기는 하나 과거에 비하면 성장속도도 낮고 취약한 부분도 많기 때문에 통화공급을 중단하게 되면 마치 생명유지장치를 뽑은 환자처럼 급속도로 상황이 악화될 수가 있다. 그러나 낮은 물가로 인해 중앙은행들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조기에 중단할 것이라 우려는 잦아들었고,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더욱더 강력한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확대시켰다. IT버블로 연결된 90년대 장기호황 국면을 당시에는 ‘골디락스(Goldilocks)’라고 불렀다. 저물가와 고성장이 결합된 골디락스 경제는 10년 가까이 지속되었고 지금도 이 때의 호황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저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점진적 경제회복 징후가 나타나고 장기간의 통화확장 정책 지속이 가능한 현 시점이 90년대 골디락스 경제와 유사하기 때문에 지금은 장기호황 국면의 시작시점에 불과하다는 낙관론이 요즘 일각에서 힘을 얻고 있다.


 부정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통화정책 시행 이후 선진국의 부동산 가격과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반대로 임금, 물가, 투자와 같은 실물 경제 변수들은 굉장히 더디게 회복되거나 아직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지난 5년간 금융위기에서 세계를 구원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통화정책은 화폐적인 현상인 자산가격만 부양시켰을 뿐 실질적인 경제성장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런 해석을 따르는 쪽에서는 통화정책이 전통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금융시장 안정이 아닌 경제성장을 목표로 장기간 시행될 경우 실물경제 성장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문 가운데 자산가격만 부풀려 시장의 안정성을 해치고 또 다른 금융위기를 부를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12년 가을 QE3 시행 이후 전세계 자산가격은 (한국과 같은) 일부 예외적인 지역을 제외하고 쉼없이 상승했다. 특히 선진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주식시장도 추세적으로 상승하여 최근에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돌파하고 있다. 체감적으로 느껴지는 경기 회복은 아직도 미적지근 하지만 자산가격의 가치평가 지표들은 오히려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현 시대를 90년대와 같은 골디락스 경제라고 생각한다면 고평가된 것처럼 보이는 자산가격은 앞으로 장기간 펼쳐질 우호적 경제상황을 선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실물경제의 부진에 방점을 두고 자산가격이 부풀려졌다고 본다면 중앙은행의 통화공급에 의한 또 하나의 버블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최근 경기회복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보니 낙관론이 팽배하지만, 한편에서는 버블에 대한 경고도 나오기 시작했다. 과거 금융버블 때마다 정확하고 단호한 예측 능력을 보여줬던 미국 유명 헤지펀드들인GMO의 제레미 그랜덤, 바우포스트그룹의 세스 클라만, 그린라이트캐피탈의 데이빗 아인혼 등이 모두 주식시장의 버블을 경고한 상황이다.


 사실 버블과 호황은 그리 다른 말이 아니다.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처럼 보여도 지속 가능하다면 그건 버블이 아니라 호황이다. 또, 제아무리 하늘 끝까지 올라갈 것 같은 기세라도 그 상승세가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그건 버블이라고 부른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숱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5년 넘게 호황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버블을 의심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 연계된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와 경제 전반에 침투해있는 광범위한 쉐도우뱅킹이 건전한 조정 과정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비논리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산당 독재하의 중국 경제에 자본주의 논리가 통용될 수 있는지는 별도로 해야하겠지만..) 담보 가치가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국면에서 이자조차도 지급할 수 없는 빚을 언제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에 의한 의구심이 중국 부동산 버블을 경계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2008년 이후 지속된 유동성 완화 정책으로 한껏 달아올라 있는 글로벌 자산가격은 어떠한가. 역사적인 기준으로 보면 현재의 가격 수준은 위태로울 정도로 높다. 아래 그림은 미국 자산운용사인 Hussman Funds에서 총 6가지 지표를 통해 미국 주식시장의 가격 수준을 도시한 것이다.  기업의 이익과 주가를 비교하는 일반적인 가치평가 방법으로 보았을 때 미국 주식시장의 가치평가 수준은 이미 2000년 IT버블에 근접해 있다. 


 이런 높은 가격이 ‘지속가능’하다고 보는 논리도 있다. 과거의 금융 버블에는 항상 복잡하게 얽힌 민간 금융기관의 상호간 신용창출이 있었다. 때문에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담보가치가 조정되면서 민간 신용의 연쇄적인 부실을 불러와 버블이 순식간에 무너졌었다. 하지만, 오늘날 자산가격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신용대출의 강제 상환과는 무관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다. 민간 금융기관의 레버리지 수준은 높은 자산가격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뉴욕의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한다고 해서 과거 경험한 신용경색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오히려, 경기가 급속하게 나빠지면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은 더욱 확대될 것이기에 자산가격은 더욱더 상승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무제한의 통화공급이 가능한 중앙은행이 자산가격의 하락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바로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의 고평가 상태를 만든 근본적 요인이다. 후일 오늘날의 금융시장이 버블이라고 판명난다 해도,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버블의 지속성은 당분간 매우 높다는 믿음이 시장참여자들이 높은 가격에도 위험자산을 매수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역으로 지속가능성 자체를 해칠 수도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버블을 형성시키는 사회구조에 대한 5가지 관점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과도하게 완화된 거시경제정책과 시장가격결정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인간의 심리적 오류 및 집단행동과 결합되면서 미시적 균형에서 이탈하는 극단적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횟수로 6년째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거시경제적 관점을 적용할 수 있고, 중앙은행이 자산가격의 하락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치적 관점이 적용되며, 이러한 조건을 시장참여자들이 받아들여 높은 가격에도 매수를 일관하는 집단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 생태학적 관점의 적용이 가능하다. 여기에 미시적인 균형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현상적으로 확신하기만 한다면 사실 지금 금융시장의 모습은 붐버스톨러지의 5가지 기준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버블 형성을 위한 최상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JP모건의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가인 쟌 로이스Jan Loeys는 최근 코멘트에서 아주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중앙은행들은 실물경제의 안정과 금융시장의 안정 둘 다 추구하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가능할까?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들의 노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경제안정과 금융안정은 서로 불일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의 안정은 금융시장의 조심성을 약화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며 리스크 프리미엄을 축소시켜 더 많은 레버리지를 일으킨다. 이 모든 것들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해치게 된다. 균형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세계에서 성장을 촉진하라는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는 중앙은행이 이런 균형점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출처 : 2014/6/20 JP Morgan View, ‘From leverage risk to liquidity risk’) 


 최근 연방준비제도의 재닛 옐런 의장은 단기간의 인플레이션 상승과 무관하게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테니 시장은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 이전에 ECB의 드라기 총재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디플레이션과 싸우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 와중에 선진국 경제의 경기회복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은 부채와 고용이라는 금융위기가 남긴 최대의 과제를 거의 다 해결했다. 민간의 레버리지 수준도, 고용지표도 모두2007년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중앙은행은 돈을 계속 풀고 있고, 경기가 좋아지니 주식도 부동산도 올라야 한다. 강세장을 외치는게 당연한 귀결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 버블을 걱정해야 한다. 2000년의 IT버블과 2007년의 서브프라임 위기는, 모두 그 위기가 현실화되기 이전까지 현재의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널리 믿어졌기 때문에 발생했다. 위에 인용한 쟌 로이스의 말처럼 실물경제의 안정과 금융시장의 안정은 같은 시점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쉽게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불확실한 세계에 맞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한 예측이 아니라 확률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인식과 대응일 것이다. 확률적 접근에 기반한 합리적 인식이란 미래를 복수의 시나리오를 통해 인식하는 것이다.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한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고사성어처럼, 낙관적인 전망이 일색일 때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해야 하고 반대로 세상이 도탄에 빠졌을 때 희망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 하에 비관과 낙관 모두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역사적인 기준으로 볼대 현재 자산 가격은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했지만, 이러한 고평가 상태가 장기적인 균형으로 보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버블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할 때가 아닌가 싶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중국이 세계 경제의 회복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 것인가. 선진국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높은 가격 수준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것인가. 오늘날의 현실에서 비관과 낙관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잡힌 대응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을 생각하고 답해야 한다면, 붐버스톨러지에서부터 출발해보시기를 독자분들께 권해본다. 초보 번역가의 엉망인 작품이지만 어쩌면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생각 거리가 이 책에 들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2014년 6월

강 대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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