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경제적 귀결 1 : 평화와 무역전쟁

#1. 평화의 경제적 귀결

1919년 가을, 20세기의 위대한 지성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평화의 경제적 귀결"이라는 책을 쓴다.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패전국 독일의 처리를 논의한 파리강화회의에 영국 재무성 대표로 참석했던 케인즈가, 파리에 있는 동안 관찰한 것들과 생각한 것들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평화(the peace)"는 일반명사로서의 평화로운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명사로서 파리강화회의(Paris Peace Conference)를 지칭한다. 케인즈는 파리강화회의 가 자기모순에 빠져 유럽 경제에 타격을 주고 결국 혼란과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썼다. 


평화의 경제적 귀결(The economic consequences of the peace)의
미국 초간본(1920) 표지


케인즈가 파리강화회의를 비판한 이유는 승전국들이 독일에 도저히 지급불가능한 수준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독일 경제의 재건을 방해해 6천만 독일 국민을 빈곤으로 내몰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배상금을 아무리 많이 요구해봐야 애초에 받을 수가 없을테니 승전국들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독일 경제의 위축은 이미 무역관계를 갖고 있는 승전국들에게 간접적인 피해를 미치는 데다가, 빈곤으로 인한 독일 내부 혼란이 급진적인 정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인즈는 파리강화회의에서 승전국들이 '카르타고 평화'의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르타고 평화는 포했에니 전쟁에서 승리한 로마가 카르타고를 불살라 지도에서 지워버리고 카르타고 국민들을 모두 노예화한 역사에서 나온 말이다. 로마는 3번에 걸친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잠재적 위협인 카르타고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것만이 자신들의 평화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독일을 상대로한 승전국들의 발상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한 프랑스 클레망소 총리는 유럽대륙에서 전쟁이 다시 발생할 것이라 믿으며 전쟁이 재발할 때 프랑스가 독일에게 짓밟히지 않으려면 독일을 완전히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망가트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물론, 이는 클레방소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1차세계대전의 주요 전장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프랑스 국민의 의지였을 것이다. 카르타고를 소멸시킨 로마와 같은 태도인 것이다. 로마는 카르타고를 짓밟아 천년 제국이 됐지만, 상호 의존적인 경제관계를 맺고 있는 현대의 유럽에서는 카르타고 평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케인즈는 다각도로 설명하고, 그것이 실패했을 때의 대가를 우울하게 전망한다.  


만약 우리가 교묘하게 중부유럽의 빈곤화를 노린다면, 감히 예언하건데, 곧 복수전이 시작될 것이다. 절망속에서 울부짖는 혁명세력과 그에 대응하는 기존세력 간의 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이 새로운 전쟁에 비하면 독일이 일으킨 지난번 전쟁의 공포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전쟁이 누구의 승리로 끝나던 우리 세대의 문명과 발전은 파괴되고 말 것이다. (평화의 경제적 귀결, 7장 1절)


그의 우울한 예측은 현실화되어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는 하이퍼인플레이션과 극심한 정치혼란이 발생하여 복수심에 불타는 나찌의 집권으로 이어졌고, 베르사유 조약은 무력화됐으며 1차대전의 공포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린 최악의 살상이 유럽대륙에서 벌어졌다.  

케인즈의 책은 유관순 열사가 옥고를 치루고 있던 지금으로부터 99년전에 쓰여진 책이다. 한 세기가 흘렀고 우리는 더 이상 무의미한 참호전의 살상을 반복하지 않으며 다음 세계대전의 발발을 걱정하며 살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정치적 대의가 심각한 경제적 불균형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사회의 불안을 거쳐 다시 정치적 위기로 연결되는 역사의 다이내믹스는 오늘날에도 여전한 것 같다. 



#2. 중간선거의 경제적 귀결

트럼프는 2016년선거에서 대역전에 성공했지만 2017년 내내 지지율 하락을 겪었다. 급진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로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의 지지로 대통령이 되었으나 트럼프의 정책은 기존 공화당의 패러다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공약들은 구체성없이 공전했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짧고 2년차 중간선거에서 고전하면 레임덕이 시작되기에, 2017년말부터 트럼프에겐 지지율 추세를 전환하기 위한 전격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중간선거 1년을 앞둔 작년 연말부터 미국의 대외정책은 공격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고, 이 변화는 유권자의 지지율 반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집권 이후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추이 (출처 : Fivethirtyeight)


미국 경제는 지금 실업률이 자연실업률을 하회하는 경기과열 국면에 있다. 경기가 그렇게 좋다는데도 자신들의 삶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러스트 벨트의 불만이 트럼프 집권의 원동력이며, 이미 경기싸이클 막바지에 도달한 미국 경제를 더욱더 부양시켜 러스트벨트의 유권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트럼프의 사명이다. 자연실업률을 하회하는 실업률이 장기간 유지될 정도로, 이미 성장 잠재력을 소진하고 있는 경제를 부양하는 방법은 빚을 내게 하거나(80년대, 2000년대), 버블을 방치해 과잉투자를 일으키는(90년대)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가는 감히 과잉을 직접 입에 담을 수 없다. 정치의 수사는 경제학적인 균형에 대한 것이 아니라 아군과 적군의 긴장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실업률 vs 자연실업률(NAIRU)의 추이(1950~2018,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미국 경기사이클 연장에 대한 트럼프의 해법은 무역적자 축소이다. 트럼프의 표현대로라면 연일 확대되고 있는 미국의 무역적자는 미국이 당연히 가져야할 국부의 유출이고, 이는 경쟁국가들의 도둑질과 그것을 용납한 미국의 물렁물렁함에 있다. 무역을 통해 부를 가져오겠다는 것은 '카르타고 평화'적인 접근이다. 카르타고의 몰락이 평화의 원천이라는 로마의 논리처럼, 무역전쟁을 통한 경기부양은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희생을 요구한다. 그러나, 카르타고 평화는 피아가 확실한 정치적 레토릭이고, 그만큼 선거에는 효과적이다. 카르타고 평화를 외칠 수록 트럼프의 지지율은 올라가니 11월 중간선거를 위해 이 프로그램은 지속되어야만 한다. 어찌보면 트럼프는 정치현실에 가장 잘 적응하고 있는 합리적인 전략가일 뿐이고, 세상을 우울하게 만드는 건 내 것을 빼앗아갔다는 분노에 취약하고, 남의 것을 빼앗아 오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집단화된 민주정치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시장의 우려로 주가가 너무 빠지면  놀란 시장을 다독이기 위해 '무역전쟁' 아니라 '무역협상'이다라고 수위를 조절해야 할 때도 있긴 하지만, 중간선거의 경제적 귀결인 무역전쟁은 11월까지 그 긴장감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현재 미국 무역적자의 60% 이상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한다. 당연히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한 정치 캠페인의 주적(主敵)은 중국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18년이 돼서 중간선거를 위한 본격 프로그램이 가동되자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대만 여행법에 서명하고 중국의 미래성장전략을 방해할 것을 대놓고 언급하는 등 싸우고 싶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국 경상수지(파란색), 미국의 대중국 경상수지(주황색) [上, 십억달러]
미국의 경상수지의 대중국의 비중 [下, %]

 


중국에서는 이번 전인대에서 시진핑의 임기가 폐지되어 종신집권 시대를 열었다. 중국이 직면해있는 구조개혁에 대한 요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하고 일원화된 정치체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덩샤오핑 이후 40년간 지속된 집단지배체제를 해체하는 정치적 배경 중 하나였을 것이다. 촘촘한 여론통제 덕에 종신집권의 공인과정은 무리없이 진행된 듯 보이나 내부에선 시진핑의 장기집권에 대한 반대와 견제의 목소리가 있을 것이다. 당연히 이를 의식하고 있을 시진핑은 탐욕스러운 독재자가 아닌 중국을 다음단계로 도약시킨 영도자로 남기 위해서 자신이 역설한 중국몽, 소강사회, 중국제조2025 등의 비젼을 현실화시켜야만 한다. 그런 시진핑에게 미국 무역대표부의 라이트하이저 대사가 '중국제조2025의 10대 산업'을 직접 찍어서 공격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상당히 기분 나쁜 도전이었을 것이다. 중간선거를 위해 강력한 캠페인이 필요한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종신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는 시진핑 역시 미국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도전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협상 전에 드라마가 필요하고, 종신집권을 이제막 실현시킨 시진핑은 그 드라마의 조연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중국 대미 수출액(연간 5천억불)의 1/3인 1500불의 수출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지시했고, 중국은 '그 어떤 비용을 치루더라도' 이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답했다.  

집권의 야망이 정치적 대의로 윤색되고, 정치적 대의가 타국을 향한 경제적 공격을 정당화하며, 상호 보복을 외치는 이 서글픈 쇼의 귀결은 무엇이 될까. 갈등과 타협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미국은 중국 수출금액 1500억달러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섰다. 관세로 무역장벽을 쳐봐야 경제적으로 자국에 이익이 되는 것은 없다. 미국이 중국 생산물의 1/3에 관세 25%를 매기면 무역적자는 소폭 감소할 수 있겠으나, 관세는 결국 판매가로 전이돼 국내 인플레이션은 치솟을 것이고, 경제적 효과는 미국 소비자들의 부를 관세의 형태로 수탈해 소수 제조업자들에게 이전시키는 제로섬 게임에 그칠 뿐이다. 당연히 원하는 정치적 목표는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고 주가폭락과 함께 11월 중간선거는 탄핵의 전초전이 될 것이다. 궁색한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금액은 연간 1300억달러 정도이다. 미국의 1500억 달러 관세에 맞서려면 같은 금액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중국이 사용할 수 있는 관세 카드는 1300억불이 한계라는 것이다. 중국은 비관세 무역보호 카드로 전선을 확대할 것이고, 자국내 해외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와 과세 등을 들고 나올 것이다. 이런 조치들이 시행되면 글로벌 교역에는 괴멸적 타격이 가해질 것이고 과잉부채를 끌어안고 구조개혁 과정에 있는 중국 경제에도 치명적이다.   

결국 중간선거를 2-3개월 앞둔 8-9월경 극적타협으로 가야 한다. 다만, 정치적으로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모습을 자국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게 문제인데, 양국 연출가들 사이의 이견으로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지겠지만 협상 시한은 정해져 있다. 중국이 위안강세-달러약세를 용인하고 지적재산권의 보장과 비관세 무역장벽의 철회를 선언하면 트럼프로서는 체면이 선다. 시진핑은 미국의 관세부과 결정을 모두 철회시키고 향후 중국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면 대충 체면이 선다. 양쪽 다 체면이 서는 지점이 균형점이다. 사실, 이 균형점은 이미 트럼프가 무역전쟁 발발 시점부터 짜놓은 프레임이다. 

트럼프가 관세 25%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관세 25% 부과를 면제해주겠다는 말이다. 본인이 원하는게 관세 25%가 아니라 다른 데 있다는 뜻이다. 물론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아무리 미친짓이라도 강행하겠다는 위협이 부가된다. 협상이라는게 상호간 이미 갖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인데, 트럼프는 앞으로 할 행동(갖고 있지 않은 것)을 제시하고 남이 가진 것을 달라고 협상하는 프레임을 쓰니 , 본인 말대로의 협상의 달인이고 전략가라는 데에는 어느 정도 인정할 수 밖에 없겠다. 이런 협상 프레임이 어떻게 작용하고 귀결되는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준 것이, 미-중 무역분쟁의 미니버젼이라고 할 수 있는 한미FTA재협상이다. 재협상 결과는 당초 우려와 달리 무역관련 규정을 거의 손보지 않는 것이 었다. 우리 협상단도 자랑스럽게 '빛좋은 개살구'만 주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미국측 발표해서 환율관련 별도 협상이 있었다는 것이 공개되었다. 미국이 먼저 FTA재협상을 하자고 시비를 걸었지만 원하는건 그 쪽이 아니었던 것이다. 

연초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미국 재무장관은 '달러 약세가 좋다'라는 발언으로 시장 충격을 준 적이 있다. 그리고 무역전쟁 개시 후 첫번째 국가간 협상이라고 할 수 있는 한미FTA 재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환시에 개입하는 것을 억제하는 Side-Deal을 주된 협상안으로 가져가면서 자신들의 궁극적 목적이 달러 약세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FTA협상 성과만을 이야기하고, 환율을 중요 안건을 누락시켰다는 지적에 "축구하고 왔는데 야구는 왜 물어보냐"는 식의 적반하장식 답변으로 일관한 김현종 본부장의 언행은 매우, 너무나 부적절하다.) 달러가 거의 모든 통화에 대해서 약세를 유지한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위안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띄는 것에 큰 부담은 없어진다. 유로/엔/원이 강세라면 위안강세가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것이고, 내부 채무부담을 완화시키고 구조개혁의 속도를 높이는 데에는 추세적 위안강세가 유리하다. 

모든 통화에 대한 추세적 달러 약세와 그와 병행된 위안의 달러 대비 강세 추세가 확실해지면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순환 연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의 시장개방, 교역자유화 조치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에겐 기회가 된다. (싸드보복에 따른 무역조치라 우리가 겪은 피해를 생각해보라) 무역전쟁 과정에서 체면을 세우는 과정은 고통스러울 수 있으나 끝나고나면 무역전쟁의 결과는 의외로 경기부양적일 것이다. 케인즈가 말한 '평화의 경제적 귀결'은 재앙이었으나 트럼프가 일으킨 '전쟁의 경제적 귀결'은 경기순환주기의 연장과 호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기순환주기 후반부에 발생하는 이런 현상은 필연적으로 과잉을 잉태할 수 밖에 없다. 달러약세로 수입물가가 올라가서 미국 소비자의 실질소득이 감소하면 미국 정부는 재정을 더 공격적으로 지출해야하고 인플레 압력이 증대되는 과정에서 실질금리를 낮은 수준에 묶어 둘 수 밖에 없다. 시진핑이 체면을 세워주면 트럼프가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수는 있겠지만,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미국이 경기 확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과잉부채, 과잉투자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다. 

금융위기 전후 급속도로 누적된 중국의 과잉부채/과잉투자는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서구 경제학자들로부터 '버블이 터질 것'이라는 저주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민간부채를 적절한 속도로 국가부채로 전환시키고 점진적 산업구조개편을 시행해오면서 90년대말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겪었던 과정을 피해왔다. 시진핑 정부는 2016년부터 환경개선을 명목으로 과잉설비를 빠른 속도로 정리하고 있으며, 연쇄부채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뇌관들을 하나씩 정리해가고 있다. 위안 강세와 개방화된 시장경제 여건이 조성되어 민간기업들이 정부의 통제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내면 중국의 구조개혁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무역전쟁 - 혼돈 - 해결 - 호황의 수순은 결과적으로 또다른 불안요인으로 연결될 것이다. 그것이 인간 역사의 기본적인 다이내믹스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엉뚱한 유탄을 맞을 수 있다. 

트럼프는 2017년초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문제를 중국의 북한 제재 동참과 패키지로 묶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압박을 자제하는 대신 중국은 2017년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동참했다. 이러한 협력이 가능했던 것은 트럼프가 효과 극대화를 위해 중국 압박 카드를 2018년으로 아껴두었고, 북한 이슈를 정치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물밑에서 이루어진 달러약세-위안강세가 양편에 모두 이익이 되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미국의 공격에 대해 보복관세 조치를 천명한 뒤, 중국은 김정은을 북경으로 불렀다. 김정은의 방중과 '선대로부터 내려온 특별한 관계'의 복원은 2017년에 트럼프가 제시한 북한제재-무역교섭의 패키지가 폐기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다. 북한이 올해들어 전향적인 태도로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된 것은, 작년 중국이 제재에 동참하면서 북-중 교역이 급감했고 이것이 북한 정권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이 다시 북한과의 교역에 숨통을 틔워주면 북한은 다시 강경한 자세로 미국과의 협상에 임할 수 있다. 북핵 문제의 조기 해결을 바라는 우리 입장에서는 시진핑이 북한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중국의 대북한 수출액 증가율[청색]
중국의 대북한 수입 증가율[적색]
(블룸버그)


작년 12월와 1월 중국의 대북한 수입액은 1/3까지 축소되었다. 최근 대외의존도가 급격히 증가한 북한 경제에는 치명적이었을 것이고 ICBM 사거리와 핵무기 소형화에 대한 과시가 끝나자마자 올림픽에 참가하고 예술단을 주고받는 등 김정은이 바쁘게 움직이게 된 계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벌써, 북한 노동자가 중국 국경을 다시 넘기 시작했다는 등, 중국의 대북제제가 완화되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중국이 받쳐주면 북한은 미국에 강경대응으로 나갈 수 있다. 선(先) 체제보장 후(後) 핵폐기를 요구하면서 미국과 협상이 교착상태로 가면 중국에는 카드가 한 장 더 생기는 셈이다. 중국과 미국이 서로 으르렁거리던 트럼프와 김정은이 서로 으르렁 거리던 모두 우리에겐 슬픈 일이다. 갑작스러게 찾아온 '봄'이 그리 따듯해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