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에 대한 집착, 아이폰 예판대수, 파인만의 편지

2015/9/15 내가 읽은 것



핌코의 전략가, 금리인상 여부에 대한 시장과 과도한 관심집중에 대해 코멘트 하며 "햄릿도 이 정도 고민은 안했다."

PIMCO's Harley Bassman on this obsession with rate hike timing — 'Frankly, Hamlet debated less'

http://www.businessinsider.com/


내일부터 시작되는 연준 회의를 앞두고, 금리인상 여부에 대한 예상이나 여파에 대한 기사 외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른 뉴스가 아예 없다. 위 기사의 제목인 "햄릿도 이 정도 고민은 안했다."가 이 상황에 아주 적합한 표현인 것 같다. 


연방준비제도나, 연준의 이사들도 시장 참여자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시장움직임에 영향을 받으며, 의도적으로 금융시장의 혼란이나 하락을 연출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연준 의사결정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의외의 금리인상이 발표되면 단기적으로 시장쇼크가 불가피하겠지만  어떤 결정을 하던 연준 구성원들은 시장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사력을 다할 것이기 때문에, 목요일 발표 후 점차 시장은 '금리인상여부'와 관계없는 현재의 펀더멘탈에 기반한 레벨로 수렴해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시장 입장에서 더 중요한 것은 여전히 중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일 것이다. 


메릴린치가 서베이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 펀드매니저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포지션은 이머징마켓 주식/환율에 대한 숏 포지션이라고 한다.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이머징마켓이 가장 취약할 것이니 이머징마켓 숏이 유용한 헤지 수단이 되고, 금리인상을 안하더라도 중국 경착륙 우려와 커머더티 가격 하락에 따른 이머징 하방압력은 잔존해 있기 때문에 매도 포지션에서 크게 깨질 가능성은 없다. 그러니 현 시점에서 이머징마켓 숏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합리적인 포지션이라도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리면 반드시 반작용이 나오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이머징마켓 매도에 다들 몰려들었다는 이야기는 지금이 이머징마켓 매수 타이밍이라는 뜻도 된다. 그러나 '금리를 올리든 내리든 이머징마켓은 안된다'라는 논리에 현재로선 딱히 반박하기 어려운 것 역시 사실이다. 





애플 아이폰 6s,6s플러스 예판 1000만대, 사상최대

http://biz.chosun.com/

중국 수요를 제외하면 아이폰 예판 실적은 실망스럽다. 

Without China, Apple's iPhone pre-orders were probably a big disappointment

http://qz.com/


같은 사실에 대해 정반대의 해석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두 쌍의 기사다. 아이폰 발효 후 첫주말 예판 대수는 분명 사상최대다. 그런데 작년 아이폰6는 첫 발매국에 중국이 제외되었고, 올해에는 1차 발매 국가에 중국이 포함된다. 작년 중국에서 아이폰 출시는 한 달이 지연됐었다. 올해 애플 매출에서 중국이 20% 이상을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예판 대수의 1/5이 중국일 것이다. 작년 예판 대수와 올해 예판 대수의 수치가 큰 차이가 없는데, 중국을 제외하고 보면 이번 신형 아이폰의 수요는 전년대비 20% 정도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kwang82 "중국 가면 늘 위기의식 느낀다. 10년 후 우리 애들이 발마사지나 해 주는 것 아닌가. 금요일 밤11시에 미팅 갔는데 3백명 4백명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P2P 렌딩 업체..직원수가 ㅎㄷㄷ 
2015. 9. 15. 오후 5:19


'10년 뒤 우리 애들이 발마시지나 해주는 것 아닌가'. 지금 흐름은 이미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아닌가.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리처드 파인만의 편지 

Richard Feynman's letter to what problems to solve

https://www.farnamstreetblog.com/


리처드 파인만은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를 상징하는 양대 물리학자로 불리는 사람이다. 아인슈타인이 평생에 걸쳐 반대하고 투쟁해온 양자역학에서 직관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이론체계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링크에서 인용된 파인만의 편지는, 너무 어려운 연구과제와 씨름하고 있는 옛 제자에게 파인만이 '니 주제를 알고 다른 쉬운 과제로 관심을 돌려라'라는 (듣는 사람 입장에선 참) 뼈아픈 메시지를 완곡하게 적은 것이다. 읽다보면 정말 제자를 위해 쓴 것인지 아니면 제자를 무시해서 쓴 것인지 헷갈리지만..그래도 다음에 몇 문장은 곱씹어 볼만하다. 


"정말로 가치있는 문제는 니가 정말로 해결할 수 있거나 해결하는 과정에 기여할 수 있는 문제란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 중에 우리가 문제해결의 방법을 엿볼 수 있는 문제가 진정 위대한 과학적 과제라고 할 수 있어. 나는 니가 좀더 단순하고, 니 표현대로 좀더 미천한 문제로 관심을 돌리길 바란다. 사소하더라도 니가 정말로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들 말이야. 비록 그런 문제들이 너무나 능력이 딸리는 사람들이 뱉어내는 뻔한 질문들일지라도, 그런 문제들에서 너는 성공의 기쁨을 얻을 것이고 너의 동료를 도울 수 있을 것이야. (중략) 너는 너 자신을 무명의 과학자라고 표현했지. 하지만 너의 아내와 너의 자식들에겐 너는 무명인이 아니야. 니가 동료들의 간단한 질문들에 성실히 답변해주다보면 너는 니가 속한 조직에서도 가족들에게 처럼 결국 유명인이 될거야. 그리고 너는 이미 나에게 유명인이야. 너 자신을 무명의 과학자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너의 젊음에 대한 순진한 이상이나 너의 선생님의 이상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떨치고, 니가 처해있는 곳과 너 자신을 공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예전에 내가 약간의 재간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 재간을 잘 사용하기만 하면 남보다 나은 성과를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실제 부딪혀 보니, 나의 재주라 믿었던 것은 단지 우연히 재수가 좋아 맞아떨어진 것일 뿐,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절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빨리 배우는 데에는 자신이 있으니, 뒤늦게라도 세상을 공부하다보면 언젠가는 직면한 문제들을 통괄하는 깨달음이 생길 거라 믿고 노력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꽤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와 돌이켜보면 정보와 지식을 아무리 많이 쌓아도 세상 돌아가는 일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능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된다. 사회가 작동하는 원리는 정당성이나 합리적인 논리가 아니라 돈/권력/감성 등으로 구성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속에 있었다. 학생처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능수능란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읽고 쓰고 적용하는 과정을 누적해서 세상 위에서 세상을 보려고 했던 생각은, 파인만의 표현처럼 내 위치와 능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하지 못해 범한 오류였을까. 그렇다고 후회는 없지만 '내가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는 생각해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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