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구글의 Android

스마트폰 출시가 봇물을 이룬다는 기사가 요새 많이 나오고 있다.
불과 2~3년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은 핸드폰이라기 보다는 PDA에 통신모듈을 붙여넣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전화기능이 주력인 일반 핸드폰과 스마트폰은 사용자층이 분명히 구분되었던 것이다.
업무상 이메일 등의 메시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하거나, 이동 중에 업무 관련 송수신이 끝없이 필요한 특수 직업(가령 택배기사)이 아니라면, 스마트폰은 사실상 얼리어답터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블랙베리가 메시징 폰으로 스마트폰의 저변을 확대하고, 애플이 아이폰으로 무한 확장이 가능한 엔터테이닝 기반의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층 더 다변화된 기능한 친숙한 UI로, 스마트폰은 이제 확정적으로 기존 매스마켓을 대체하려고 하고 있다. 사용자층이 다른 서로 다른 제품군이 아니라, 기존 핸드폰의 기능 확장의 당연한 수순으로 수순으로서, 차세대 핸드폰 = 스마트폰의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시장 급반전 중에, 글로벌 핸드셋 마켓의 초강자인 삼성과 LG가 그다지 잘 적응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조건만 놓고 본다면, 국내업체(특히 삼성)이 제대로된 스마트폰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 아이러니다.
규모의 경제를 기확립한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충분한 투자여력을 갖고 있는데다가, 삼성의 경우는 스마트폰의 핵심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프로세서, 플래시메모리,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을 모두 자체 수급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된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근력과 운동신경이 좋고 훌륭한 연습환경에 본인의 열정까지 넘치는데 막상 공은 못차는 불행한 축구선수 같다고나 할까나..

삼성과 LG가 스마트폰에서 고전하는 것은, 스마트폰 OS에 대한 소프트웨어적 이해의 부족때문이다.
기존 핸드폰에 들어가는 간단한 기능의 OS에 대해서는 삼성과 LG가 단연코 세계 최고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더 많은 기능을 원하고, 수시로 자기가 원하는 추가기능을 넣었다 빼었다하고 싶어한다. 이런 기능을 제공해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경험이 국내업체들에겐 없다. 물론, 자체개발에 나설 수는 있겠지만, 이미 시장에는 접근가능한 훌륭한 OS들이 많이 나와있고, 핸드셋 마켓은 빠른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업체들은 대가 MS가 제공하는 윈도우즈 모바일을 심어서 스마트폰을 만들어내게 된다.

문제는 남이 만들어준 OS, 게다가 PC용 윈도우즈 처럼 복잡하고 무거워서 다루기 힘든 윈도우 모바일을 국내업체들이 자기 것처럼 자유자재로 다루지 못한다는데 있다. HTC같은 해외 경쟁사대비 압도적인 스펙을 가진 스마트폰을 내놓고서도 막상 사용자 실제 경험에 있어서는 동종 스마트폰 대비 거의 최악의 퍼포먼스를 내게 되는 것이다.

하드웨어 제조 효율성과 마케팅, 시장 트렌드 변화를 읽어내고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 등에 있어서는 국내업체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확실히 S/W 개발경험이 없다는 것은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고, 적어도 앞으로도 최소 1~2년간은 고전하면서 노하우를 쌓아가야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국내업체의 경쟁력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 경쟁력은 있지만, 소프트 노하우가 없는 업체들의 고민은 국내업체들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구글이 내놓은 오픈소스 기반의 스마트폰 OS 앤드로이드(Android)는 바로 핸드셋 마켓의 이러한 약점을 절묘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사실, 이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구글이 앤드로이드를 공개했을때 그 성공가능성에 의심을 던졌던 것이 사실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의 핵심 경쟁력인 OS를 그 속을 알 수 없는 IT거물 구글에 의존한다는게 캥킬 수 밖에 없고,
구글이 앤드로이드를 깔아놓고 핸드폰에서 광고 수익을 얻게 되면, 그 와중에 망을 제공하는 SKT, KT, LGT같은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황금 시장을 엄한 놈에게 빼앗기는 꼴이기 때문에 통신사업자도 앤드로이드를 반기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렇게, 제조업체와 통신사업자에게 태생적인 거부감을 주는 앤드로이드가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내가 간과했던 것은, 스마트폰의 시장 확대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고 제조업체와 통신사업자가 모두 이 시장 확대에서 소외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쌓여 있다는 것이었다. 삼성과 LG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독점적 경쟁력을 갖추는 것보다, 당장 커지는 스마트폰 시장에 경쟁업체들을 제끼는게 관건이었다. 다루기 힘들고 비용이 많이드는 윈도우즈 모바일에 비해서 구글 앤드로이드는 무료인데다가 소스까지 공개돼있어 낯설음만 극복하면 제조업체가 커스터마이즈하기 용이하기 때문에 보다 빠르게 양질의 스마트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당근을 제공해주는 존재였다. 결과적으로 시장 확대가 최근 1년새 폭발적으로 이뤄지자, 내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국내업체를 비롯해서 S/W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전세계 핸드폰 제조업체들은 앞다투어 앤드로이드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통신사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음성통화시장이 포화상태에 머물면서 당장 성장하는 데이터 통신 시장에서 요금을 뽑아내는게 관건으로 떠올랐다. 장기적으로 통신시장의 부가가치를 구글에 빼앗기는 한이 있더라도 당장의 수익개선을 가능케 해줄 스마트폰 라인업 확대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었던 거다. 결국 SKT는 앤드로이드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KT는 구걸하다시피 해서 아이폰을 들여오고 있다. (내 생각엔 자체적으로 특화된 서비스 확충에 힘쓰고 있는 LGT가, 비록 역부족으로 보이긴 하더라도 좀더 '스마트'해보인다.)

이제와서 보면, 앤드로이드는 통신사업자와 제조업체 가려운 점(어떻게 보면 취약점)을 정말 제대로 짚은, 천재적인 기획이었다. 출시 2년도 안되어 정말 빠르게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업계의 생태계에 정말로 잘 부합되는 사업기획이었던 것 같다.

애플의 아이폰 OS는 어차피 애플에 공개할 유인이 없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15% 내외를 차지하는 정도의 비중으로 갈 것 같다. 객관적으로 개발속도와 기능이 딸리는 윈도우즈 모바일이지만 그래도 넓은 저변을 확보하고 있고 현재 출시가 임박한 7.0 버젼이 의외의 성능개선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20% 정도의 시장 비중은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현재 50%를 차지하는 노키아의 심비안의 미래는 밝지 않다. 과거의 사무용 스마트폰에서 이제 엔터테이닝과 결합 서비스에 기반한 스마트폰 트렌드에 심비안이 잘 흘러갈지 알 수 없다. 장기적으로 점유율이 계속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는 메시징폰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는 RIM의 블랙베리나, 제조업 기반이 약한 팜의 WebOS도 향후 위축되는 모습을 이어갈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아이폰이 15, 윈도우즈가 20, 심비안이 20, 기타 OS가 10 정도가 되고 남은 35%가 궁극적으로 앤드로이드의 몫이 될 것 같다.

해피한 건 구글이고, 불행한건 제조업체와 망사업자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OS주도권을 구글에 완전히 내주게 되면, 제조업체는 그야말로 순수 공장으로, 망사업자는 도시가스업체와 같은 순수 유틸리티 사업자로 전락하게 된다. 부가가치의 흐름에 수동적으로 따라갈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국내업체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삼성과 LG는 잘 이해하고 있다. LG는 다소 늦었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고, 삼성은 재빠르게 'bada'라는 자체 OS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워낙 전세계적으로 팔아치우는 핸드폰 개수가 많은 만큼, 자체 OS를 들고나온다면 어느 정도 시장은 조기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의 시장 확대와 그에 따른 국내업체들의 경쟁 환경 변화는 2010년부터 흥미진진해질 것 같다.

국내 업체들의 상황을 보면, KT는 이런 장기적인 상황변화가 핵심 의사결정조직에 제대로 입력이 안된것 같으며, 단기에 요금을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핸 요금제와 망업그레이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LGT는 상황은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흐름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방어하고 혹은 비약시킬 수 있는 자원이 없기 때문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SKT는 아직도 1위 사업자를 프리미엄으로 협상력으로 밀어붙이려는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정도 대세를 인식했는지 최근 실적 발표에서 망사업자가 아니라 IT컨설팅 업체로 변신해서 B2B에서 성장성을 확보하겠다는 전향적인 모습도 보였다.

의미없는 분류이긴 하지만.. 스마트폰 하나만 놓고 본다면 삼성전자 Buy, LG전자 Hold, SKT Hold, KT/LGT Sell로 투자의견 정립이 가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