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ows 7에 대한 이코노미스트 기사

이번주 이코노미스트에 재미있는 문장이 있다.

The next version of Windows is intended to do the same as the last version, Vista, but to run faster and use fewer resources.
If so, it will be the first version of Windows that makes computers run faster than the previous version.

윈도우즈 차기 버젼은 구버젼인 비스타의 기능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가동속도를 높이고 컴퓨터의 자원을 적게 소모하는데 주안을 두고 설계되었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면 차기버젼인 윈도우즈7은 이전버젼보다 컴퓨터를 빠르게 하는 최초의 윈도우즈가 된다.

"윈도우즈7" 이라는 명칭은 윈도우즈라는 운영체제의 7번째 Major Update를 의미한다. 7번이나 큰 변화를 겪어왔는데 겨우 이제서야 "더 빨라진 최초의 신버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건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대단히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완전히 실패한 윈도우즈 비스타를 포함해서 과거의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는 등장할 때마다 과도한 시스템 요구사항과 무거운 덩치로 악명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비효율과 불안정은 당연시 되었고, 정식 출시후 1년 뒤 보완된  Minor Update 버젼(sp1이라고 불리는)이 진정한 신버젼이라는 비아냥도 일쑤였다.

기능을 올리지만 퍼포먼스는 떨어지는 이런 '진보'가 그동안 가능했던 것은, 컴퓨터 성능이 OS의 '무거워지는 속도'보다 더 빨리 진보했기 때문이다. 18개월(혹은 24개월)마다 반도체의 집적밀도가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처럼 CPU의 처리 속도, 하드디스크 용량 같은 것들은 꾸준히 진보했고 윈도우즈 신버젼의 비효율성은 커버해주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ghz가 넘는 클럭스피드(cpu 속도 측정의 한 기준)를 가진 최초의 인텔 시피유는 2002년 1월에 나왔다. 그리고 3.0ghz를 돌파한 것은 그해 11월에 나왔다. CPU의 속도 측면에서 펜티엄4가 3.0을 돌파할때까지의 PC의 진보는 거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현 시대에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CPU가 무엇인지 보라. 지금 다나와에서 무려 150만원에 팔리고 있는 인텔의 최첨단 CPU i7 965익스트림의 클럭스피드는 3.2ghz이다. 물론, 인텔과 AMD가 공히 클럭스피드는 CPU의 진정한 성능을 표현해줄 수 없다고 말했고 대체로 인정되고 있지만, 어떤 특정 기준하에서 PC 메인프로세서의 성능 진보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be matured)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메모리도 DDR이후 DDR2, DDR3로 넘어오면서 진보 속도가 역력히 둔화되고 있고 계속해서 PC 성능의 병목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드디스크 용량도 확대 추세는 계속되고 있지만, 500기가를 넘어가는 고용량이 주는 실제 효용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숫자로 표시되는 PC의 성능 뿐만이 아니다. 대두분의 PC에서 2001년에 나온 윈도우XP가 주력으로 깔려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2002년에 나온 오피스2003이 사무실에선 주력으로 쓰인다. 물론, 동영상을 편집하는 비유얼 프로페셔널이나 익스트림한 성능이 필요한 게이머들은 아직도 좀더 진보된 컴퓨터 성능이 간절히 필요하겠지만, 6~7년전에 나온 프로그램들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대다수'의 세계인들에겐 PC 성능의 진보 속도가 낮아진지 오래인 것이다.

매 신버젼마다 혁신적인 기능으로 매니아들의 로망을 자극했던 애플의 운영체제 Mac OS X도 차기버젼인 Snow Leopard에서는 신기능을 선보이는 것보다는 OS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공언했다. MS가 애플의 행보를 따라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술했듯이 윈도우7도 효율성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10년전에 우리들은 기술이 진보하면 컴퓨터라는 개념자체가 달라질 것처럼 생각했다. 마지않아 키보드는 사라지고 음성인식이 대체할 것이고 전통적인 디스플레이는 사라지고 가상현실과 3차원 디스플레이가 일반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성숙기에 진입한 지금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시간이 상당기간 흐르고 난 뒤에도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형식과 패컨은 지금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음성인식이나 3차원 디스플레이 혹은 '마이너리티리포트'에 나왔던 그 휘황찬란한 공상들은 언젠가 다 현실화될 것이다. 하지만, 문서나 프리젠테이션을 작성하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사무적 용도로 음성인식과 3차원 디스플레이가 좀더 효과적인지 나는 의문이다. 지금의 형태보다 뭔가 더 진보할 것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종이로 된 책이 현재까지 남아있듯이 현재의 컴퓨터 사용 방법과 패턴도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PC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진보 방향이 무조건적인 기능과 성능 확대라는 단선적 진보에서 효율성 개선으로 전환된 것은 일시적이고 상황적인 요인이라기 보다는 근본적인 변화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PC주변기기도 마찬가지이다. 집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200인치 이상의 화면이 필요하지도 않고 설치도 필요하지 않다. 사무실 책상에 30인치 이상의 모니터를 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컴퓨터와 디스플레이 등 그 동안 최첨단 성장 기술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제품들이 기술과 수요의 성숙으로 이제 일반 가전제품처럼 '상품화(commodity)'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들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또 이런 변화들이 실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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