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의 10가지 징후와 중국 경제의 현재 상황

미국의 유명 자산운용사인 GMO에서는 간간히 경영진들의 좋은 글들을 공개한다. 
그 중, GMO의 퀀트 담당 임원이 쓴, 버블의 일반적인 징후들과  현재 중국의 상태를 비교한 글이 있는데, 좀 오래된 글이긴 하지만 (올해 2분기 중국 주가가 빠지기 전에 공개된 글) 볼만한 가치가 있어 내 생각을 덧붙여서 내용을 정리해 본다. 



일반적으로 금융위기를 부르는 악성 버블은 다음 10가지 징후를 동반한다. 

1. 강력한 성장 스토리 
- 향후 수년간 혹은 수십년간 성장이 보장돼있는 것처럼 보임. 보통 혁신적인 신기술과 함께하거나,
   특정 지역의 지속적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와 함께 한다.(19세기 철도버블, 99년 IT버블, 80년대 일본버블)

2. 정부(규제기관)의 능력에 대한 맹목적 믿음
- 90년대 아이티 버블은 '마에스트로 그린스펀'이 비즈니스 사이클을 길들였다는 믿음과 함께 했다. 

3. 고정자산 투자 증가
- IMF연구결과에 따르면 GDP대비 투자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심각한 경기침체를 경험한다고 한다.

4. 부패의 증가
- 사람을 속이기 가장 쉬운 때는, 그 사람이 가장 행복할 때이다. 

5. 풍부한 유동성
-  Easy Money는 모든 버블의 기초

6. 경직된 환율
- 유럽의 위기도 따지고 보면 환율관리의 실패. 대량의 외화유입과 동반될 경우 위험성 더 커짐. 

7. 확대되는 신용창출
- easy money와 함께 버블의 쌍두마차

8. 도덕적 해이
- 리스크를 관리해야하는 기관들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적극적인 리스크 감수에 나섬.

9. 재무구조가 불안정해진다.
- 기업들의 부채비율 상승. 빚은 늘지만, 투자수익성은 떨어져 이자를 갚을 수 있을지 간당간당한 상태가 됨.

10. 부동산 가격의 급등
- 부채의 담보 가치를 뻥튀기해서 신용창출을 가속화하는 효과 



[버블의 10대 징후]


안타깝게도 중국의 현재상황은, 상기의 버블 10대 요소들 중 대부분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1. 중국경제 성장에 대한 낙관

중국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것, 그리고 당분간 초고속 성장을 지속한다는 것에 대해서 이견을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특히, 중국 내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중국 내수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다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중국 도시화의 진행과 중국 내수를 책임질 중산층의 확대를 동일시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중국 인구는 2015년을 기점으로 감소한다. 일단 정점을 돌파하고 나면, 경제활동 인구는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들은 설사 인구가 준다고 해도 임금상승에 따른 소득증대 효과가 이를 상쇄시킬 것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임금상승은 중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작용을 하게 되고, 효율성을 획득한 일부 기업만이 살아남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전체 경제의 성장성은 둔화될 수 밖에 없다. 

또, 대부분의 통계에서 중국 도시인구의 소득이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는 지방정부들이 자신의 경제적 치적을 높이기 위해서 도시지역내 호구(우리말로 하면 호적, 일종의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소유하지 못한 농민공을 전체 인구수에서 제외시키고 일인당 소득을 계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중국 도시인구의 구매력은 과장돼있고, 도시로 새로 유입되는 농민공들은 저임금 속에서 도시 빈민층을 구성하기 때문에 도시 인구 증가에 비례해서 구매력있는 중산층이 확대된다고 볼 수 없다. 

2. 중국 공산당에 대한 믿음

20년전, 우리는 똑같이 일본 정부가 서구 국가들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고 평가했었다. 'Rising Sun'(떠오르는 일본을 상징하는 당시의 유행하던 문구)을 칭송하는 책들이 쏟아져나왔었다. 오늘날 중국와 베이징 정부에 대한 평가도 이와 비슷하다. 30년간 지속된 고속성장. 10여년전 발발했던 금융위기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금강불괴'처럼 보이는 2조4천억 달러의 외환보유액. 

특히, 이번 금융위기에 중국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는 더욱 두터워졌다. 은퇴했던 유명한 영국 펀드매니저가 다시 복귀해 중국 펀드를 열면서, 중국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중앙 정부 계획의 효율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렵 자산운용계의 슈퍼스타인 앤서니 볼튼이 최근 피델리티로 복귀해 차이나 스페셜 시츄에이션 펀드 운용을 시작한 것을 말하는 것) 현대 중국경제의 위대함은, 전세계의 수많은 열렬한 자본주의자들로 하여금 공산주의자에 의해서 통제되는 경제에 대해 열광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중앙집중적인 계획경제는 optimal한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30년간 중국의 고속성장해왔지만, 대외무역 불균형이나 과도한 고정자산 투자라는 내부적 불안요인 등을 만들어왔다. 더욱 안좋은 것은, 중국이 그동안 GDP성장률 타겟을 정하고 이것을 지방정부에 할당해 왔다는 것이다. 굿하트의 법칙에 따르면, 어떤 특정 통계량을 통제하려고 하는 순간 그 수치는 무의미해진다고 하는데, 중국의 GDP성장률이 현재 그런 형국이다. 

3. 투자붐

금융위기의 한복판이었던 2009년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는 30% 증가했고, 이는 작년 GDP성장의 90%를 설명했다.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58%까지 올라갔다. 이렇게 많은 돈이 적정한 수익률이 보장되는 투자처에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 일부 산업에서는 가동률에 여유가 있는데도 투자가 신규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의 성장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믿음이 이런 투자를 정당화시키고 있지만..글쎄..

4. 부패

중국의 국가 청렴도 순위는 세계 최하위권이다. 부동산 개발 붐은 지방 공무원 부패에는 더할나위없는 기회가 되었다. 중국에서 럭셔리 브랜드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구매자금의 절반이 뇌물에서 나오는 걸로 추정되고 있다. 

5. 풍부한 유동성  

명목 GDP 성장률 대비 현저하게 낮은 기준 금리가 너무 장기간 유지돼왔다. 

6. 고정된 환율과 외화유입

달러페그와 낮은 이자율의 유지로 인해, 중국내 많은 해외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2조4천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모든 위험요소들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환보유액은 해외 자산을 구입하거나 환공격에 방어하는데 쓰일 수 있을 뿐이지, 내부 과잉유동성에 따른 금융 시스템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쓰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29년의 미국와 1989년의 일본은 모두 당시 세게에서 가장 많은 외화보유고를 가진 나라들이었다. 

7. 신용팽창

금융위기에 대한 대처방법으로 중국은 2009년 GDP 29%에 달하는 막대한 신규 신용을 창출을 했다. (과거 10년간 중국은 평균적으로 15~20% 정도의 신용창출을 해왔다.) 

8. 도덕적 해이

중국의 은행들은 정부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고 정치적 논리에 의해서 대출 심사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중국은행들이 망하기엔 너무 크다고 말한다.(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은 중국공사은행이다.)  하지만 1980년대 일본 은행들 역시 시가총액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정책 금융 기능을 위해 자율성이 침해되었다는 측면에서 오늘날의 중국 은행과 유사하다. 

9. 위험한 재무구조

2009년 중국 신규 대출의 절반은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와 관련된 대출이다. 지방정부는 법적으로 지급보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인프라 사업을 위한 특수목적회사를 세우고,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다. 이 막대한 지방정부 보조의 인프라 회사들이 안고 있는 부채와 그 이자들을 어떻게 갚을까? 사람들은 이용객수가 기대에 못비쳐 운영수입으로 이자가 감당이 안되더라도 지방정부의 수입으로 갚아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지방수입의 절반은 부동산 매각을 통해서 나오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꺽였을 때에도 지방정부의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 

10. 자산 가격 급등

2009년 10월,  선전 증시에 중국판 나스닥이라고 할 수 있는 ChiNext시장이 열렸다. 첫날 28개 상장기업들의 주가는 폭등했고, 이들 기업의 PER은 평균 150배에 달했다.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주택 공급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공급초과 우려가 있지만, 도시화와 경제성장으로 주택수요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주택가격이 너무 비싸 도시로 새로 진입한 농민공이 주택의 수요자가 되기는 어렵다. 베이징의 공실률은 이미 20%에 육박하고 있다. 북격의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은 15배로 1990년 피크때 일본의 10배를 이미 초과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구조도 기이하다. 전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인 앤디 시에 말을 빌려보면,"정부 소유 기업이 정부 소유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지방정부로부터 땅을 산다면.. 땅값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중국 경제는 영화 '스피드'를 생각나게 한다. 영화 속에 나오는, 속도가 50마일 이하로 떨어지면 터져버리는 폭탄이 장착된 버스와 같은 모습이다. 경제성장률이 목표치에 미달하게 되면, 그 수많은 설비들이 과잉설비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고, 땅값이 빠지면 지방정부는 더이상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2007년 초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이 ‘불균형, 불안정, 부조화, 지속성 부족’ 상태라고 말한 바 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의 부동산 버블과 함께 중국의 불안 요인까지 날려버린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