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 온주시의 신용경색

저장성 온주시(웬저우)의 저명한 사업가 왕샤오동이 지난 7월 미국 출장 중 잠적.
알려진 재산만 원화로 1조원이 넘는 왕샤오동의 잠적 이유에 대한 관심 증폭.  

잠적 이후, 왕샤오동이 원화 2천억이 넘는 사채 빚을 지고, 월 40~50억원대의 이자에 고생해온 것이 알려짐.

왕샤오동은, 온주시의 기업인들로 구성된 사금융 네트워크에서 막대한 차입금을 끌어와 상하이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투자해온 것으로 밝혀짐

허울뿐인 벤처캐피탈을 내세워 차입 투자로 승승장구해왔으나 2010년 중국 정부의 긴축으로 부동산 시세와 주가가 동반 하락하면서 위기 직면. 결국 일거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식선물에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보고 야반도주를 선택.

왕샤오동이 없어진지 얼마 안돼서 7월말, 온주시의 신발회사 오너 왕허시아도 잠적. 알고보니, 왕허시아는 회사 자산을 담보로 18%에 사채를 끌어다가 24%의 이자를 받고 왕샤오동에게 재대출해줬다고.

왕샤오동 사건 이후, 온주시 사금융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기 시작. 왕허시아 같은 업자들이 일시에 부채 상환을 채무자들에게 요구하면서, 수많은 왕샤오동의 복사판들이 야반도주를 선택하기 시작. 9월말까지 야반도주한 온주시 소재 기업 오너들만 무려 40명.

온주시 금융당국의 조사결과 지역내 기업의 60%가 사금융 시장에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됨.

중국 사금융 시장은 단순히 채권자-채무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음. 대부분, 왕허시아처럼 자기가 가진 신용으로 사금융을 끌어다가 좀더 높은 금리에 재대출해주기 때문. 말단에 문제가 생기면 대출의 사슬을 타고 연쇄적으로 부실이 전이되는 구조를 가짐.

연쇄적 부실의 정점에는 공무원/공기업들도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 신용도가 우수하고, 기존 금융권으로부터 차입이 가능한 이들이 결국 사금융 시장에 '종자돈'을 댄 것으로 알려짐. 결국 왕샤오동 같은 투기꾼의 채무불이행은 연쇄효과를 일으키며 제도권 금융기관의 손실로 연결될 수 밖에 없음. 

사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원자바오 총리가 온주시를 올해 2번이나 방문함. 하지만 기업가들의 야반도주는 계속되고 있음.

온주시는 상해와 푸저우 중간에 위치한 연안 항구도시. 지역 촌락에 기반한 임가공 무역으로 중소기업 중심으로 고성장한 도시. 온주시의 사금융 신용경색은 중국의 실물경제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음. 

연안지역 임금 상승과 수출 성장율 둔화로 연안 지역 중소기업들은 성장한계에 직면. 고성장의 관성과 탐욕에 사로잡혀 있는 연안지역 기업가들은 갖고 있는 자산을 담보로 차입금을 일으켜 부동산/주식에 투자. 이런식의 차입투자가 부동산/주식의 버블을 만들고 이 버블이 꺼지면서 연안지역 중소기업을 위기로 몰고감. 

부동산/주식 버블 붕괴와 같은 '금융적 현상'이 아주 묘한 경로를 통해서 실물의 위기로 전이된다는 것을 온주시의 최근 상황이 적나라하게 보여줌. 투기판에 나선 기업가들의 위기는 사금융 시장의 사슬을 타고 결국 제도권 금융 기관의 손실로 연결됨. 일본 버블 경제 붕괴때에도, 일본 기업들은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자손실로 위기 겪음.

중국 사금융 시장 - 쉐도우 뱅킹은 지금 그 규모도 제대로 파악이 안됨. 붕괴되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 통제 불가능. 사금융에서 흘러나온 돈들이 단기 고수익을 노린 투기판에 동원이 됐다면, 연쇄적인 사금융 부실화 속에서 자산의 fire selling 촉발시키면서 안그래도 불안한 중국 부동산 시장에 하락 압력 가중시킬 것. 결국 조그만 불이 도화선을 타고 전국적인 부실 확산으로 연결될수 있음.

이 리스크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중국 사금융 시장의 금리는 월간 (연간이 아닙니다) 6% 수준이라고 함. 부동산 시세나 주가가 단순히 빠지지 않는 것만으로는 이런 금리를 감당할 수 없음. 투기판에 쓰여진 불법 사금융 자금들이 연쇄 부실의 부작용을 만들지 않고 해결되려면 부동산 시세나 주가가 올라야 됨. 중국 정부가 긴축을 중단하고 부양책을 쓸 수는 있겠지만 국내 인플레이션 부담 때문에 다시 부동산이나 주식을 올리는 asset inflation을 정책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불가능.

결국, 터무니 없는 고금리에 의존하고 있는 투기꾼들과 기업가들의 부실화는 막을 수 없음. 제도권 금융권의 대출제한을 풀어줘서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제도권 대출로 대환해주는 방법도 있겠지만, 모든 부실 대출을 제도권이 떠안을 수는 없음.

이미 온주시 금융계는 아수라장. 9월말 온주시의 대부업자 첸판롱은 사금융 시장에서 끌어온 부채를 갚기 위해, 은행 직원과 짜고 고객 40명 명의를 도용해 불법 대출을 받고, 이 대출금으로 자기 사채 빚을 갚고 잠적해버림.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이 제대로 기능할리 만무.

온주시 사금융의 위기가 절대 온주시만의 위기는 아닐 것.
쉐도우 뱅킹 위기의 본질은,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믿음" => "감당할 수 없는 차입" => "차입의 연쇄고리"인데,
이런 일이 gdp규모로 중국내 30~40위권 정도의 도시 한군데에 집중되었을리가 없음.

"중국에 일부 부실이 있고, 일부분에서는 경착륙 불가피하지만, 중국에 여유가 많아 얼마든지 딜링할 수 있다.."라는게 최근의 기본적인 인식인데.. 이미 상하이 아파트 가격이 고점대비 20~30% 싸게 팔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이 쉐도우 뱅킹이라는 파악 불가능한 루트를 타고 확산될 때 과연 '여력'이 있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