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그랜덤의 GMO 3분기 Letter 번역

미국 자산운용사 GMO의 회장 제레미 그랜덤은 쿼털리 레터로 좋은 말을 많이 해주는데,
이번 3분기 레터는 4분기가 거의 끝나가는 12월이나 돼서야 나왔다. 그것도 급하게 휘갈겨 쓴 티가 나게 말이다..
좋은건 급하게 쓴 바람에 굉장히 짧고 간명하다는. 평소 분기 레터는 워낙 현학적이고 고급스러워 읽기가 벅찼는데 이번건 제법 쉽다. 불확실한 시대에 현인의 말은 꼽씹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스스로 되개겨 보는 셈 치고 번역..



유로존 문제에 별다른 직관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문제의 심각성은 여전하고 평소보다 더 조심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나는 2년반 전에,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위험자산의 수익률이 변변치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했었는데 2009년에 예상외의 빠른 반등이 나타나는 바람에 나의 예측은 보기좋게 틀렸다. 하지만, 점점 (슬프게도) 내 예상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거 같다. 현재 미국과 구대륙이 지고 있는 부채 문제는 장기간 지속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저성장은 항구적으로 계속된다. 인구 성장률 감소, 고령화, 부적절한 자원 배분을 부르는 과도한 노인복지 등으로 인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장기 저축률이 낮은 것이 특히 문제다. 미국 개인 저축률은 4% 밑으로 다시 한번 떨어졌다. 

미국 경제는 지난 20년간 결함을 누적해왔고, 그 결과 경제 성장의 동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경쟁력 침식의 주원인은: (1)낙후된 인프라, (2)교육과 트레이닝의 효율성 저하, (3)장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량도 부족하고 관심도 없는 정부 때문이다. 

미국의 소득 불균형은 심각한 위협이다. 미국은 급속도로 '가장 불평등한 나라', '계급이동이 가장 어려운 나라'로 변해가고 있다. 아이젠아워가 대통령이던 시절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계급간 이동이 활성화된 나라였지만, 지금은 선진국 중 계급이 가장 고착화돼있다. 심지어는 영국보다 계급간 이동성이 더 떨어진다. 소득불균형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정의가실종됐다고 느끼게 하고, 구성원간 화합을 저해하며, 결과적으로 근로 윤리를 해치게 된다. 불균등해질수록 건강한 경제 발전은 더더욱 어려워 진다.

평균적인 근로자의 경제적 환경이 거의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 경제적 불균형을 악화시키고 있다. 소득이 정체된 중산층의 구매 욕구는 미래에 대한 심리적 기대감이나 부채에 대한 접근성에 따라서 격렬하게 변동할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라서 BMW와 같은 사치품의 매출은 견조하지만, 일반적인 소비재의 매출은 들쭉날쭉해진다.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나는 이 나라(미국)와 이 나라의 정부에 절망했다. 자원의 부족,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 기후 변화같은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슈들에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제발들 정신차려라.

지난 몇주동안 비행기 안에서 읽고 생각하며 고민했다. '월스트릿 점거'로 촉발된 1%와 99%간의 갈등 문제에 대한 고민이었다. 금권정치(plutocracy, 경제력이 있는 소수 부유층에 의해 좌우되는 정치)와 우리의 천박한 정치 행태가 그리고 대법원의 천박한 결정을 만들어냈다.(월스트릿 점거 운동 초기의 화두는 법인이 자유롭게 정치 헌금을 낼수 있게 허용한 미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이었다.)

올해 봄 이후 주식시장은 각종 악재들의 폭격을 받아왔다. 이 악재들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모든 것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세계 경제성장률 4%를 예측하는 IMF의 순진한 생각 보다는 상황이 더 많이 안좋은 게 확실하다. 2008년과 같은 급속한 경기침체가 나타나지 않을 것은 확실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이나 근본적인 어려움이 역대 최악인 것 역시 사실이다. 

S&P500 지수는 (다른 지수들과 달리) 악재가 조금 누그러지면서 랠리를 펼쳤다. 15년전 나는 벤 잉커와 함께 시장의 PER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어봤다. 꽤 잘들어맞는 모델이었는데, 우리가 발견한건 투자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요소들이 PER의 변화를 잘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일종의 행동경제학 모델이다. 기업이익의 성장률과 같은 펀더멘탈 요소들은 과거 시장 평균 PER의 변화를 설명하지 못한다. 시장의 평균적인 벨류에이션 레벨을 결저짓는 가장 중요한 2가지 드라이버는 이익률과 인플레이션이다. (기업의 마진이 높고, 인플레이션이 낮을때 PER이 올라간다는 얘기) 최근 (매우 이상하게도) 미국 기업들은 사상 최고 수준의 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역사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현재의 인플레이션도 낮은 수준이다. 우리의 PER예측 모델에 따르면, 현재 상황은 1925년 이후 모든 기간 중 상위 5%에 들 정도로 좋은 상황이고 시장 PER은 꽤 높은 수준에 형성되어야 한다. 현재 S&P500의 PER은 이런 호조건에 비해서는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모델 상 예측된 수치보다 시장 PER이 낮은 건 당연하다. 유럽에서 연일 악재가 쏟아지는데 어떻게 투자자들의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겠는가. 역사적으로 안좋은 뉴스들이 쏟아진다고 해서 PER밸류에이션이 내려가진 않았지만, 요즘처럼 세상의 모든 악재가 한번에 출현하는 시기에 투자자들의 "편안함"이 주어진 조건에 비해 악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만약 향후 몇주간 유럽 상황이 개선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간의 비관이 경감되는 국면이 펼쳐진다면 PER벨류에이션은 "정상수준"(낮은 인플레이션과 높은 마진을 고려한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의 벨류에이션)으로 회복될 수 있다. 그 수준이라는 건 현 수준보다 2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물론, 이런 고밸류에이션이 재무 이론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우리의 모델은 행동경제학 모델이다.)

S&P500의 합리적인 적정 레벨은 975-1000 정도라고 본다. 하지만 상기의 PER설명모델이 맞다면, 낮은 인플레이션+높은 마진의 영향으로 S&P500은 좀체로 합리적인 적정레벨까지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현재의 비정상적인 높은 마진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성립되는 얘기다. 절망적인 실업률/만성적인 오버캐파 문제와 비교해보면 현재 기업들이 보여주고 있는 마진은 비정상적이고 이런 수준이 계속 유지된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마진이 하락하면서 시장을 억누르는 압력도 커질 것이다. 하지만, 마진이 하락하는 동안 현재 시장을 억누르는 최대 요인인 경기 우려감도 같이 희석된다면 마진 하락에 따른 시장 압력을 상쇄시킬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시장 하락은 꽤 클 것이고, "No Market For Youngmen(젊은이를 위한 시장은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 제목의 패러디인듯)"이라는 내 이론대로 시장은 흘러갈 것이다.

"젊은이를 위한 시장은 없다" : 역사적으로 주식시장의 버블이 붕괴되고 나면 시장은 수년 동안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의 1925년, 1965년 버블이 그랬고, 일본의 1989년 버블이 그랬다.) 약간의 경기침체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던 그린스펀은 과다한 통화팽창정책으로 20년 넘게 주식시장을 고평가 상태로 유지시켰다. 이 위험한 정책을 유지하는 동안 그린스펀은 버냉키를 그의 충직한 복사(신부 옆의 보조를 하는 아동)로 두고 있었다. 그린스펀 재임기간 동안 터진 2개의 버블 중 첫번째 것(IT버블)은 버블 붕괴후 2년도 안가서 2002년에 원래의 트렌드를 회복했고 두번째 버블(이자 역사상최초의 글로벌 버블)붕괴인 리먼사태는 불과 3개월만에 원래의 트렌드를 회복하였다. 이런 빠른 회복은 역사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지금 상황을 보면, 2002년과 2009년의 무리하게 진행된 빠른 회복 탓에, 지금 우리의 재무상태는 상처입었고, 뭔가 새로운 정책을 쓸수도 없다. 이번에 버블이 꺼진다면 과거의 패턴(회복까지 아주 장기간이 걸리는 패턴)을 답습할 확률이 높다. GMO는 2000년 이전에 있었던 10개의 대형 버블 붕괴 현상을 연구했고, 과거의 트렌드를 회복하는데 평균적으로 14년이 걸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중요한건, 현재 시장에 있는 어떤 투자자도 회복에 10년씩 걸리는 버블을 경험해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시장이 장기간의 침체를 경험하는 과거의 버블 붕괴 패턴을 따른다면, 짧은 약세장만 경험해본 오늘날의 투자자들은 미래에 대한 절망에 빠져버릴 것이다. 과거 10번의 대형 버블이 보였던 패턴을 따른다면 S&P500은 2020년까지 800~900선에 걸려있게 된다. 

두 분기 전에, 나는 대통령 임기 3년차 효과(미대통령 임기 3년차에 주가가 늘 올랐던 패턴)에 대한 기대를 버리라고 이야기했다. 첫번째 이유는 4월까지 주식이 이미 많이 올랐다는 것이었고, 두번째 이유는 악재들이 아주 무서운 방향으로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1분기 레터에서 내가 했던 얘기는 결과적으로 옳았다. "신중은 과감보다 낫다". 올해는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3년차인데도 부구하고 올해 S&P500 수익률은 -2.7%로 1932년 이래 2번째로 안좋은 '3년차'로 기록될 것이다. (대통령 임기는 10월 1일부터 다음해 10월말까지는 1년으로 치므로 이 수치는 현 시점에 확정적이다.)

지난 분기 레터에서, 나는 미국의 low quality 주식을 제외하고 세계 주식시장이 싸다고 얘기했다. 선진국, 이머징, 미국 high quality 주식은 우리의 모델상 평균 7% 이상의 연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당시 우리는 조심스럽게 주식을 사들였고, 주식에 long인 이런 포지션은 2009년 봄 이후 처음이었다. 

이런 주식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식을 소폭 언더웨잇시킨 상태를 유지했다. 경기 전망이 계속해서 안좋았기 때문이다. 10월에 강한 반등 랠리가 있었고, 우리의 언더웨잇 포지션 때문에 이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했지만 후회는 없다. 아직 모든 상황이 너무 무섭지 않은가? 11월에는 시장이 다시 빠지기도 했고 말이다. 

두 분기 전에 했던 나의 조언(조심하라는 부정적인 얘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주식이 지금보다 훨씬 더 싸지기 전까지는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US High Quality 주식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우리의 GMO Quality 펀드는 올해 S&P500을 9.1%나 이겼다. 전략적인 대응으로 시장을 극복할 여지는 남아있다. (자꾸 Quality Stock이라고 하는데, 그랜덤이 얘기하는 퀄리티 주식은 재무적으로 탄탄하고 지속 성장이 가능한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fair value 수준보다 약간 낮게 거래되고 있는 것을 말함.)

Quality를 선호하는 우리의 자산 배분 전략의 성과도 올해 괜찮았다. 올해 가격이 엄청 올랐던 미 장기채도 없었고, 이머징 주식을 오버웨잇하지도 않았지만 성과가 괜찮았다. 이머징의 펀더멘탈이 선진국보다 좋은 건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이머징 시장의 하이베타를 두려워 하고 있다. 이런 두려움의 자기 충족적 효과 때문에 이머징 시장이 안좋아질 가능성이 높고, 중국도 지금 시점에서는 취약해 보인다. 

포지션 추천:
1. 미국 로-퀄리티 주식을 피하고, 글로벌 주식에 대해서는 Normal Weight로 가져가자. 
2. 가급적이면 안전한 거 위주로 들고가자. 
3. 채권의 듀레이션 리스크를 지지 말라. 장기적으로 채권의 매력은 너무 떨어진다. 
3-1. 현금성 자산 비중 높게 가져가지 말라. 현금성 자산의 실질 리턴은 -1%이고, GMO는 이런 마이너스 금리르 회피해서 그간의 좋은 성과를 만들어 왔다.
4. 나는 1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지면에 있는 자원(농산물)을 좋아한다. 하지만 원자재에 대한 투자를 빠르게 늘리지는 않았다. 1분기 레터에서 언급한 것처럼, 경기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단기적으로 급락할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또 올해 날씨가 작년 보다 좋고 중국 경기가 안좋아서 단기 급락 리스크가 크다. 원자재 가겨은 이미 많이 떨어지긴 했는데 중국 경기의 침체와 날씨의 영향으로 추가적인 원자재 가격 하락의 가능성이 50대 50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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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그랜덤은 주식이 싸고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 같지만 위기 진행에 따라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주식을 비울 시점이 아니니 일정 포지션을 들고가되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