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OS 4.0 발표 | 중요한 건 UI가 아니라 애플의 비즈니스 스타일


오늘 새벽 2시 경, 아이폰 OS 4.0의 기능을 설명하는 잡스 아저씨의 특별쇼가 있었다.
보통 애플이 뭔가 새로운 걸 들고나올 때는 연중 예정된 대형 행사를 통해서 한다.
하지만 이번엔 어떤 이유에서인지 불과 3일 전에야 관련 행사를 공지하는 '특이한 행태'를 보였다.
아이패드가 출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번 발표의 신선함이 퇴색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더욱더 과거와는 다른 타이밍이라고 볼 수 있다.
(애플은 항상 중대발표 이후 몇 개월 동안에는 잠잠히 다은 이벤트를 준비했었다.)


4월 6일에 나온 아이폰 OS 4.0 발표회 예고 배너


그렇게 기이한 타이밍에 예정대로 iPhone OS 4.0의 주요 기능들이 소개되었다.
요 몇년간 늘 그랬듯이 애플 팬들은 4.0의 새로운 기능들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굳이 애플 팬이 아니더라도 확실히 이번 신버젼은 경쟁자들에 무거운 마음의 짐을 던져줄만큼 예상 이상의 기능 개선이 있었다.

온라인 상에서는 (특히 국내 온라인 상에서는) 그동안 아이폰의 주요 단점들로 지적되어왔던 부분들이 상당부분 개선된 것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내는 듯 하다. 특히, 멀티태스킹과 '애플리케이션 폴더' 지원으로 아이폰은 이제 현재 기술 수준에서 구현할 수 있는 모바일 OS로서 '완성된 형태'로까지 진화된 것 같다.

이번에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서 추가된 주요 기능들은 다음과 같다.
(아이폰 팬이 아니라면 자세한 내용은 읽지 않고 넘어가도 좋다)

  • 아이폰 유저의 숙원인 멀티태스킹 기능이 추가되었다.
    아이폰 3GS 사용자는 당장 올 여름부터 멀티태스킹을 즐길 수 있다.
    아이폰의 멀티태스킹이 특별한 것은, 컴퓨터의 멀티태스킹처럼 복수의 프로세스를 동시에 돌리는 것이 아니라, 백그라운드로 실행되는 어플리케이션의 메모리 정보를 플래시메모리에 기록시켰다가 사용자가 어플 전환시 이 메모리를 다시 복원시키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아무리 진화하고 있다고 한들 아직까지 메모리의 제한은 심각한 한계로 지적돼고 있다. 이런 한계를 무시하고 PC의 멀티태스팅 방식을 그대로 스마트폰으로 옮겨간 윈도우 모바일 6.5 이하의 버젼들이 심각한 퍼포먼스상의 문제점을 보여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애플의 멀티태스킹 지원은 무척이나 현명하고,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음악재생이나, 위치서비스, 푸시서비스에 대해서는 백그라운드 어플이라도 계속 프로세스로 실행하게 만들어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PC스타일의 풀멀티태스킹을 지원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줬다.)
  • 바탕화면의 배경그림을 사용자가 지정할 수 있다.
    아마, 아이폰을 해킹(Jailbreak)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UI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는 매력에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쓰다보면 도저히 JailBreak안하고 못버틸만한 다른 기능들도 많이 있지만, 이런 것들은 해킹 이후 체험해봐야 느끼는 것들이, 그 전에는 당장 예뻐지는 나만의 아이폰이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아직 좀 부족하긴 하지만 배경화면 전환 기능을 통해서 아이폰을 탈옥시키고 싶은 욕구를 상당 부분 억제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아이폰 해킹은 사용자들이 애플이 만들어놓은 플랫폼을 벗어나게 한다는 측면에서 애플이 목숨걸고 막고 싶어하는 것이다. (금지시키기 보다는 '순정폰'에 매력을 느끼도록 유도하고 있다.) 왜 이제서야 나왔는지 모르겠는 기능이다.
  • 블루투스 키보드 지원
     아이패드에서 제일 부러웠던 기능. 키보드를 들고다니면서 문자를 보낼 필요야 없겠지만... 비행기 안에서 책보면서 중요 내용 발췌하고 싶을 때 정말 갈급했던 그 기능.
  • 동영상 촬열 중 터치로 포커스 포인트 설정
    웬만한 컴팩트 디카도 지원하지 못하는 동영상 촬열중 초점설정 기능! 손바닥만한 핸드폰으로 동영상 아웃포커싱(배경을 뿌옇게 하는 촬영)을 할 수 있다.
  • 앱폴더
    아이폰에 깔려있는 수많은 앱들을 이제 카테고리별로 정리할 수 있다. 이제 웬만한 유저들도 아이폰 상에서 수십개의 어플을 깔아놓고 있다. 바둑판식으로 나열된 어플들 속에서 원하는 앱을 찾는 수고로움은 이제 그만. 폴더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UI도 애플답게 팬시하게 잘만들었다. (우측 그림 참조)
  • iBooks
    iPad를 발표하면서 선보였던 ebook 앱과 itunes ebook store를 이제 아이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 킨들처럼, 책에 메모한 내용과 어디까지 책을 읽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단말기별로 공유할 수 있다. 아마존 킨들에 대한 전면적 선전포고!
  • 구글 캘린더/메모장과의 싱크
    얼마전 스티브 잡스과 구글 CEO 에릭 슈미트가 만나 점심을 먹는 건 이때문이었을까. 이제 Gmail 계정만 설정하면 구글 캘린더/메모장과 싱크를 할 수 있다. 사용자 저변을 크게 확대시킬만한 추가 기능이다.

이상의 것들이 아이폰 OS 4.0에 새롭게 추가된 기능들이다. 기존 사용자들이 아쉬워했던 부분들을 상당부분 충족시켜주었고 환영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능적 측면'보다 우리가 정말 중요하게 봐야 하는 부분은 개발자에 대한 배려이다.

이번에 유저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추가된 기능이 약 100여가지라고 한다. 하지만, 개발자들을 위한 추가된 기능(새로운 API)은 무려 1,500여개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따져서 15배 더 신경썼다고나 할까. 

특히, 오디오/위치기반서비스를 앱들이 백그라운드로 이용할 수 있고, 애플리케이션 상에서 SMS를 바로 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영상 캡춰/캘린더/알람/지도서비스 등에 대한 접근도 강화시켰다. 말이 복잡한데,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번 4.0 업데이트를 통해서 이제까지 아이폰의 기능을 활용하는데 있었던 제약을 거의 다 없앴고 아이폰 개발자들은 아이폰으로 할 수 있는 (상상가능한) 거의 모든 일들을 다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애플이 개발자들에게 새로 베풀어준 것은 단지 기능적인 여지만이 아니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iAdI는 개발자가 자신이 만든 앱에 손쉽게 광고를 실을 수 있게 해주는 추가 기능이다. 생각해보라, 핸드폰 제조업체가 자신의 핸드폰을 기반으로 앱을 만드는 개발자들이 좀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배려해준 것이다. 애플은 왜 이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가? 왜 전세계 수백만명의 개발자가 좀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게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가?

iAd의 혁신성, 그리고 중요함에 대해서는 스티브 잡스의 표현을 직접 들어볼 필요가 있다.
"데스크톱과 달리 모바일에서는 검색을 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검색 광고보다는 앱을 통한 모바일 광고가 더 의미가 있다."
"애플은 아이애드를 통한 광고수익의 60%를 개발자에게 지급해 개발자들이 돈을 벌게 함으로써, 이들이 공짜 애플리케이션을 더 많이 만들도록 할것"


자, 새롭게 추가된 API들과 iAd는 너무나도 중요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으니 정리를 좀 해보자.

아이폰 4.0을 통해서 애플은 개발자가 좀더 파워풀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1,500개의 API추가)
그리고 여기에 화룡점정으로다가 iAd라는 광고기능을 부여했다.
↘ 개발자는 이 광고기능을 사용해 손쉽게 자신의 애플리케이션에 광고를 넣을 수 있다.
↘ 개발자 입장에서는 애플리케이션 판매 수수료말도도, 추가로 광고수익을 벌 수 있으니 당장의 앱 판매 수익보다는 추후의 광고수익 확대를 위해서 애플리케이션을 공짜로 내놓을 수 있다.
↘물론, 광고가 달린 앱을 사용자가 다운받도록 해야 되니 애플의 신규 API를 바탕으로 더 강력한 앱을 만들어야 함은 물론이다.
↘광고가 달린 공짜 앱 덕분에 사용자들은 이전 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애플리케이션을 공짜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아이폰을 통해 할 수 있는 일 (그것도 공짜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니 사용자는 더 많아진다.
↘사용자가 많아지면 iAd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잠재수익이 커지고, 더 많은 개발자들이 아이폰 앱 개발에 매달리게 된다.
↘개발자가 유입될수록 기발하고 훌륭한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난다. 또 다시 아이폰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진다. 그리고 계속되는 선순환구조...

iAd.. 그리고 수없이 많이 추가된 API를 보면서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흠없는, 이렇게 완벽한 선순환 구조와 비즈니스 생태계를 애플이 세계 최초로 그리고 그 누구의 힘도 빌리지 오로지 자신들만의 힘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애플이 만들어낸 생태계 속에서 끝없이 수많은 기능들이 아이폰에 더해질 것이고, 아이폰과 아이폰이 아닌 스마트폰과의 격차는 더욱더 벌어질 것이다. 그 와중에 애플은 앱 판매에서 나오는 수익의 30%, 그리고 앱 광고에서 나오는 40%를 그냥 다 가져간다. 그 어떤 미디어 업체도 자신들의 고객들에게 이렇게 비싼 수수료를 징수한 적이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애플이 만든 플랫폼과 생태계를 칭송하며 기꺼이 이 많은 수수료를 애플에게 지불한다. 애플은 이렇게 해서 덩치를 키우고 벨류체인을 수직계열화하여 납품업체들에 강력한 바게닝파워를 행사하고 개발도상국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건설해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멋진 기기를 말도 안되게 낮은 가격에 내놓는다. 또 하나의 선순환이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이번 4.0의 기능 추가는, 그저 기존 사용자들의 불만을 해결해준 것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 기능만으로 4.0이라는 Major Update의 이름을 허가하기에는 부족해 본인다. 하지만, 개발자 측면 그리고 아이폰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세계를 만들었다는 측면에서는 이번 업데이트를 'iPhone OS 4.0'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iPhone II, 혹은 스마트폰 2.0 이라고 부르고 싶어지게 한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통해서, 우리는 계속해서 기능이 많아지는, 내 맘대로 기능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핸드폰을 얻게 되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재밌는 장난감에 우리는 빠져들었다. 하지만, 아직 비즈니스 측면에서 스마트폰이 만들어준 여지는 잠재력에 비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진다. 수많은 사람들을 '홀릭'시켜버린 손안의 장남감이 이제 본격적인 부의 창출 수단으로서 기능하기 시작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을 애플이 전세계인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또 결정적인  한 가지, 아이폰 4.0에는 GameCenter기능이 추가됐다. 일종의 '아이폰용 배틀넷'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센터는 현재로서는 아무런 기능도 갖고 있지 않다. 로그인해봐야 아무것도 뜨지 않는다. 아이폰 OS 4.0의 게임센터는 역시 또 하나의 개발자를 위한 배려다. 이 게임센터를 활용해서 아이폰 개발자들은 스마트폰에서 돌아가는 온라인 게임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수천만의 미국인들을 폐인으로 만든 페이스북의 팜빌과 같은 게임을, 개발자가 이전 보다 훨씬 쉽게 아이폰에서 만들 수 있다. 사용자 데이터베이스를 저장할 서버 구축에 대한 부담없이 말이다!



전율이 느껴지는 이번 아이폰 OS 업데이트를 보면서, 애플이 하는 아니 스티브 잡스가 추구하는 사업의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스티브 잡스는 세계 최초로 상업적인 개인용 컴퓨터를 만든 사람이다.
하지만, 최초였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위치는 IBM과 Microsoft에 빼앗겼다.
모든 개인용 컴퓨터를 독점하려던 그의 야심은, IBM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구축환 개방화된 플랫폼 앞에 무릎을 꿇었다.
훨씬 더 강력한 기능의 컴퓨터와 훨씬 더 편리한 OS를 만들어 냈지만, IBM/마이크로소프트 진영에는 훨씬 더 많은 개발자들이 있었고 이 개발자들이 만들어낸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애플의 컴퓨터가 더 좋다고 인정하면서도 지갑을 열지는 않았다.

30년간 IBM/마이크로소프트의 플랫폼이 가진 강력함에 압도당한 스티브 잡스는 아마도 자신이 당한 치욕을 모바일에서 그대로 갚아주려고 했나보다. 와신상담의 고사에서처럼 스티브 잡스는 30년간 어떻게 하면 자신이 당했던 방식 그대로 똑같이 다른 경쟁자들을 엿먹일 것인가 고심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로 이어지는 모바일 전략에서 과거 애플, IBM,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 비결들을 한꺼번에 혼합시켜서, 경쟁자를 압도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한치 오차없이 진행시키고 있다.

아이폰 OS 4.0을 탑재한 새로운 세대의 아이폰이 올 여름에 나온다.
이렇게 어색한 타이밍에 (아이패드 출시로 시끄러운 가운데, 불과 발표 3일전에 일정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아이폰 OS 4.0을 발표하기 보다는, 올 여름 새로운 아이폰 출시와 동시에 OS를 공개했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을 것 같다. 오히려 소프트웨어/하드웨어 동시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출시 3~4개월전에 아이폰은 다음 세대의 진보 방향을 살짝 공개했다. 그리고 개발자들을 위해서 아이폰 OS 4.0 베타버젼을 즉각 공개했다.
이게 잠재적인 아이폰 사용자들을 위한 배려일까. 흥행을 위해 미리미리 캠페인을 전재하는 것일까. 나는 전혀 아니라고 본다. User보다는 Developer를 위한 발표였다. 여름에 아이폰이 나올 때까지 개발자들에게 시간을 준 것이다. "아이폰 4.0이 나오면 너희들이 돈 벌 기회가 훨씬 더 많아진다. 그러니까 출시되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들하라고! 아이폰 4.0 출시와 동시에 너희들의 새로운 앱들이 사용자를 만날 수 있게 말이야." 어제 새벽 스티브 잡스의 특별쇼의 메세지는 바로 이것이었다.

새로운 핸드폰이 새로운 기능으로 무장하고 나와도, 막상 그 기능들이 실제적인 '쓸모있음'으로 작용하지 못하면, 기능만 뛰어난 핸드폰일 뿐 사용자의 경험 측면에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올 여름에 출시될 아이폰 4세대 버젼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같다. 출시와 동시에 아이튠즈 앱스토어에는 새로운 기능들과 iAd, 게임센터 등을 활용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들이 최소한 1천개 정도는 미리 등록이 돼있을테니 말이다. 출시와 동시에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쓸모있음'을 사용자는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손 하나 까딱안하고, 자신이 직접 수고하지 않고서도 자신들의 제품의 기능을 강력하게 만드는 것. 애플을 제외한 다른 모든 IT업체들이 부러워하면서 수년째 따라하지 못하고 있는 애플만의 사업방식이다. 우리는 애플이 추구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와, 새로운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배려, 그리고 절묘한 타이밍을 봐야한다. 머리 속에 새겨넣어야 한다.

Engadget.com에 올라온 아이폰 4.0 실제 사용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