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과 분권화, 무능력과 무지, 자영업, 독일

내가 읽은 것들:




어떻게 부유해 지는가 | 재러드 다이아몬드
HOW TO GET RICH | Jared Diamond

edge.org

지속적인 발전과 성공을 달성하기 위해 인간의 조직은 어떤 방식으로 구성돼야 하는가? 13,000년간의 인류 역사는 다양한 형태의 인간 조직을 실험해서 이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총,균,쇠'라는 책으로 유명하다. 나는 이 사람의 관점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서구 자본주의의 풍요로 모든 역사적 결과의 우열을 판단하는 것과 인간의 인격이나 개인선택의 문제를 지나치게 경시하는듯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에 올린 이 글의 내용은 전적으로 공감할만하다. 결론적으로 인류의 진보는 분권화, 다양화된 집단이 치열한 경쟁과 상호정보교류를 일으킬 때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사회집단/기업을 막론하고 어떤 조직이든 권력이나 경제력이 어느 한쪽으로 집중되어선 안되며 경쟁에서 오는 자극에 끊임없이 노출되어야 한다. 주요한 내용을 발췌해본다. 


  •  일본은 1600년대에 전세계에서 인수구 대비 가장 많은 총을 갖고 있었고, 총의 성능도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났다. 하지만 한 세기 뒤에 일본에서 총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총의 등장으로 위상에 위협을 느낀 사무라이들이 정권을 설득해 총의 소유와 생산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일본이 고립된 섬나라였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어느 국가 총의 생산을 금지시켰다면 그 나라는 금새 옆 나라에 의해 점령되거나, 전쟁에 시달려 결국 다시 총을 생산했을 것이다. 17세기 일본은 외부로부터 위협을 받지 않았으며 외부 자극으로부터 둔감한 고립된 국가였다. 대부분의 혁신은 조직의 밖에서부터 온다. 집단의 경쟁과 지속적인 교류는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는 원천이면서 동시에 그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한다. 
  •  중국은 15세기에 아프리카까지 원정을 보내는 대규모 선박제조 기술과 항해기술을 갖고 있었다. 콜럼버스의 선단은 중국의 선단에 비해면 유람선 수준이었다. 하지만, 중국 황제는 15세기 말 중국의 모든 해양 사업을 중단시커버렸고 중국은 그 뒤로 수백년간 고립되었다. 중국 처럼 중앙집권적인 국가에서는 황제의 잘못된 선택이 전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이태리, 포르투갈 등에서 모두 거부당했지만, 7번의 시도 끝에 스페인 왕비로부터 마침내 배를 얻을 수 있었다. 유럽에서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권력이 분산돼 있었기 때문이다. 콜럼버스에겐 여러 차례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중국은 황제의 명령 한번으로 끝이었다. 여러 주체간의 경쟁과 자유로운 소통은 혁신의 원동력이다. 
  •  너무 많은 집단으로 잘게 쪼개지는 것도 좋지 않다. 독일의 맥주는 맛있지만, 독일은 미국의 맥주 산업만큼의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독일이 법으로 지역별 맥주 양조장들의 수입을 보장하면서, 일정한 규모를 갖춘 대형 맥주업체가 나오지 못한채 너무 많은 수로 쪼개져 있었기 때문이다.
  •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두 가지다. (1)고립되어선 안된다. 아이디어와 혁신은 밖에서 온다. (2)적정한 수준으로 분산돼 있어야 한다. 독점과 과도한 분산 모두 정체로 연결된다. 






무능력과 무지
Unskilled and Unaware of It

www.farnamstreetblog.com

삶의 많은 영역에서, 성공과 만족은 지식이나 지혜 혹은 어떤 규칙이나 전략을 따를 것인가 파악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문제는, 이런 지식/지혜/능력 부족이 단지 잘못된 선택에 이르는 것 외에 또다른 문제를 갖게 만들어 내는데, 무지로 인해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는 사실 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기술과 자신의 역량을 평가하는 기술이 완전히 같다고 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잘하게 되면 우리 자신을 평가하게 되는 힘 역시 강화된다. 반대로 잘 모르는 사람은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역량이 떨어질 수록 자기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원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학부를 졸업하면 전공에 대해서 자기가 조금 안다고 생각한다. 석사를 마치면 자기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된다. 박사를 마치면, 이 바닥에 아무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재학 중에는 우스갯소리인가보다 했는데, 학교 밖에 나와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그 표현이 참 적절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그 누가 이 복잡한 세상에 대해서 감히 '안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확신이 강한 사람일수록 사태의 어느 일면만을 보는 경우가 많다. 지식과 경험의 부족함은 세상의 복잡다기함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사람을 용감하게 만든다. 


 그런데, 문제는 잘 모른다고 해서 결과도 나쁜건 아니라는 것이다. 학술계에서는 박사가 학부졸업자보다 더 인정을 받을지 모르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무지한 사람의 객기가 경험많은 사람의 조심성보다 종종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사실, 체감적으로는 '종종'이라는 표현보다도 그 빈도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무지한 사람의 확신은 더욱 더 강화되고, 반대로 경험많은 사람은 불안과 후회에 빠지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기 시작하면, 집단 전체가 무지한 사람의 객기에 전도되고 휩쓸려서 다 같이 손을 잡고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세상에 부침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요인은 이것이 아닐까란 생각이다. 








전국 3만6천개 가게 망하지 않으려면 지금의 2.5배 더 팔아야
news.mk.co.kr

노후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퇴직자가 흔히 창업 1순위로 고려하는 게 치킨전문점이다. 하지만 한국의 치킨집은 `자영업 공급과잉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공급과잉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 공급과잉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를 숫자로 잘 정리한 기사인 것 같다. 기사의 내용대로라면 국내 치킨집이 월 5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치킨집의 수가 60% 줄어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끔찍한 일이다. 치킨집, 커피숍, 편의점의 숫자가 그렇게 많이 줄어든다면 이 나라에는 어떤 충격이 올까. 우리나라 전체 고용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가 훌쩍 넘는다. 자영업이 구조조정으로 감소하는 만큼 이 고용을 어디서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불행히도, 이미 자영업의 구조조정은 시작되고 있다. 올해 자영업 취업자수는 5월 한달의 예외를 제외하고 가파르게 감소 중에 있고 이미 20년래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그런데, 자영업자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자영업 대출은 오히려 역대 최대 증가액을 매월 경신하며 증가하고 있다. 치킨가게를 접어도 그냥 접는게 아니다. 집담보에 개인신용으로 최대한 버티면서 끝까지 부딪혀 보는게 인지상정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소호대출이라고 해서 부동산 담보가치를 80-90%까지도 인정해준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완충버퍼가 낮은 대출이란 얘기고 그만큼 상황 악화의 악영향이 클 수 있다. 이렇게 나간 은행권 대출이 230조가 넘는다. 

재직기간은 계속 줄어들고, 새로 직원을 뽑는 회사는 없고, 치킨집은 너무 많고, 먹고 마시는 거 외엔 다 온라인에 잡아먹히거나 모바일O2O에 의해 비정규직이 된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더 먹고 더 마시지도 않는다. 답이 없다. 국내 자영업에 대한 별도의 대책은 정책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지경이다. 








앙겔라 메르켈 집권 10년
Angela Merkel: 10 years in 10 charts

www.theguardian.com

메르켈, 독일의 첫번째 여성 총리는 집권 초기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10년간 경제적 번영을 이끌고 광폭의 지리를 이끌어냈다.

 메르켈은 동독 출신으로 이혼이력이 있으며, 양자역학을 전공한 이학박사로 30대 후반까지 정치가 아닌 연구원 생활을 했다. 이 한 줄의 백그라운드 만으로도 메르켈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게 된다. 첫 동독출신, 첫 여성 총리로서 메르켈의 집권 10년은 너무나도 성공적이었다. 경제는 번영했고, 유럽 내에서 독일의 위상은 한껏 올라갔으며, 최근 전격적인 난민수용 주도로 정치적 결단력의 정점을 보여줬다. 기사의 데이터처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은 현재 67%에 달하고, 집권 10년내내 지지율은 평균 60% 수준을 유지했다.

 

 독일이 번영한 것에는 메르켈의 정치 리더쉽, 우수한 사회인프라 등 다수의 요인이 존재하겠으나, 메르켈의 성공은 2010년 이전 브라질의 실바 대통령과 노동당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개인역량이나 제도적인 차이보다는, 글로벌 경제구도에서 독일 경제로 불어오는 순풍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다. 독일에 가보면 유럽 최대의 부국임에도 불구하고 생활물가가 다른 유럽 도시들에 비해서 결코 높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독일 경제가 우수한 생산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저평가돼있기 때문이다. 유로의 환율은 그리스,이태리와 같은 남유럽의 부채위기 문제아 국가들을 포함한 유럽 전체의 평균적인 펀더멘탈을 반영하기 때문에, 독일 경제만 따로 놓고 보면 유로는 현저하게 저평가된 통화이다. 독일이 여전히 마르크화를 썼다면 독일의 물가가 절대로 싸다고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다. 기계, 중전기, 자동차, 특수화학 등 독일의 수출산업에 대한 수요는 이머징마켓의 팽창으로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했고 여기에 환율이 막강한 경쟁력을 부여해주니 독일경제가 차별화된 성장성을 보이는 것은 어찌보면 쉬운 일이었다. 


 독일 경제와 지금의 한국을 비교하면 우리가 처한 문제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서울의 생활물가는 소득과 물가수준을 고려할 때 도쿄, 프랑크푸르트 등과 비교해서 결코 낮지 않다. 언론에서 늘 비싼 도시의 상징인 맨해튼, 홍콩, 런던 같은 동네랑만 비교해서 체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국내 생산성이 낮고 필수적인 사회인프라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한국사람들이 근면해 생산성이 높고 서울이 그래도 다른 선진국 대도시에 비하면 살만하다는 생각은 상당 부분 착각이다.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한국은 미국/독일/일본에게 제조업/농업을 가리지 않고 거의 전산업에서 2/3에도 미치지 못한다. 저임금에 밤새고 상사 말잘듣는다고 국제경쟁력을 갖는 시대는 진작에 지났다. 게다가 지난 20년간 진보정권 보수정권 막론한 교육정책/주택정책/의료정책의 혼란과 재앙은 필수적인 생활경비를 그야말로 '세계적인' 수준의 속도로 상승시켰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저생산성/고비용으로 인한 생산성 하락을 방치하면 디플레이션 직행 외에 다른 길이 없다. 금리를 내리고 재정적자를 확대해 환율 절하시키고, 정부주도로 사회인프라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데 몇 년째 기우제 지내듯 기도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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