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일이 있었던 오늘..

#1 
전남 어디 옵션 계좌에서 600만원이 10억이 되었다는 쪽지가 사내 메신저로 4시40분쯤 돌았다. 
다들 100배 오른 옵션 계좌에 대해서 말들 하고 있지만....
어떤 곳에서는 
영쩜몇퍼센트 먹을려고 쳐놓은 일상적인 양매도 포지션이 터지면서, 
한강으로 달려가고 싶은 기분을 느낀 프랍데스크나 개인들도 많을 것이다. 

매사에는 음과 양이 있고, 대부분의 경우에서 손해본 사람이 이익을 본 사람보다 많다. 
오늘 주문에 관계된 사람들 중에서는 자신이 가진 정보를 악용해 옵션 거래로 이익을 챙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약탈적인 거래로 배를 불린 사람들의 삶이 그 행동만큼 불행하길 바란다. 



#2
삼성카드는 오후 5시에 삼성증권, 삼성화재, 삼성엔지니어링 등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의 매각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충격적인 것은 삼성생명 등 계열사로 넘기는게 아니라, 시장 매각이었다. 
외사 브로커를 통해서 오늘 저녁 선착순으로 물량이 배정될 것이라고 연락이 왔다. 

삼성 구조본은 2가지 가르침을 주었다. 
첫번째는,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벌들이 무조건 자신의 보유지분을 늘리는 방향으로만 일을 꾸민다고 생각하지만, 더 큰 부를 위해 작은 부를 포기할 줄도 알고 실질적으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지분율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게 진짜 재벌의 배포라는 것.
두번째는, 순환출자 고리와 금산법 규제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에버랜드가 아니라 삼성카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삼성카드는 이번 보유 지분 매각으로 인해 6천억 정도의 차익을 발생하지만, 누적결손금을 이용해 한 푼의 세금도 납부하지 않는다. 
세금 안내고 지분 팔아 모은 8천억은 이재용이나 이서현, 이부진이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사용될 것이다. 

삼성카드의 누적 결손금은 카드대란 당시, 카드사가 기본적인 기능인 고객 신용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만들어진 것이다.
삼성카드 자체도 많은 손해를 봤지만, 카드 발급 남발로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부채의 악순환에 빠졌고, 발아단계의 국내 회사채 시장은 10년 이상 후퇴했다. 
그렇게 피를 흘린 대가로 얻은 결손금이 오늘 사용된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를 통한 당일치기 매매로 모든 딜을 마무리 짓는 기만적이고 전격적인 그들의 결단이,
그들의 생각대로만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깨달음으로 귀결되길 바란다. 



#3
트위터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보았다.
"신입사원 면접이 끝났습니다. 토론 면접이었는데 주제는 ssm, 화학적 거세, 환율개입 등이었습니다.
그들에게 느낀건 거의 대부분이 승자독식주의에 익숙해있고, 그게 맞다고 생각들 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인권이나 약자에 대한 배려는 없었습니다. 취업이 안되는 걸 본인의 잘못으로 알고 있는
참 착한 국민들이었습니다."

내 주변의 사람도 마찬가지고, 어쩌면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 트윗의 신입사원들처럼.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 것은 분명 개인의 불찰이다. 
경쟁이 강요되는 것은 분명 사회의 불찰이다.
승자독식주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건 도덕관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범위를 개인에 두느냐 사회에 두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이기기 위해 애쓰는 젊은이들도 사실 착한 사람일진데.. 
무엇을 하면 우리의 시각을 넓혀 전체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들 수 있는지
지금으로선 도저히 모르겠다. 

하나 생각해본건, 내 힘으로는 세상을 어찌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시야를 좁히고,
내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시야를 넓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들아, 우리는 우리 힘으로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